정성장 “‘핵보유’ 극우 아닌 주류 담론돼...美의존 핵우산 한계”

[만났습니다①]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핵무장론, 8년 만에 주류 담론으로 부상
국민 과반, 전문가 34% 핵보유 찬성
트럼프 집권시 北비핵화 가능성 낮아…핵보유로 부상할 것
“한국만 동북아 비핵국가로 남는 게 최악”
  • 등록 2024-07-23 오전 9:14:42

    수정 2024-07-23 오전 9:20:14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독자적인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 2016년 트럼프가 집권하자 국내에서도 ‘안보 자강론’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핵을 보유했을 때 경제적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박 여론에 핵잠재론은 수그러들었다. 8년이 지난 현재 국민여론의 과반이 핵보유에 찬성하고,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안보자강론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때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게 된 이유가 뭘까. 국내 대표 핵보유론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을 만나서 핵보유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 센터장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핵무장론’을 당론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며 “여권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라 자체 핵무장으로 가자고 말한 것은 주류 담론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4월에 국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핵무기 보유’ 찬반을 물었는데 34%가 찬성했다”며 “핵 보유를 찬성한 응답자 가운데 90%가 트럼프 재집권 시 핵무장에 대한 지지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도 ‘핵무장론’ 찬성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가능성이 낮은 것도 핵보유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는 한국과 같이 잘사는 나라의 방위를 미국 세금으로 지켜주기보다는 한국의 핵보유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이 핵무장을 할 때 한국이 따라가지 못해서 동북아에서 한국만 비핵국가로 남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센터장과 일문일답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뜨겁다

△2016년 처음 핵장론을 주장할 때만 해도 주변과 언론에서 “왜 저런대”라는 반응이었다. 지금은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2022년 만든 ‘핵자강전력포럼’ 전문가를 중심으로 내년에 핵담론 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탄탄한 논리를 갖춘다면 핵무장론은 우리 사회 주류 담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미가 핵우산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했다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데 너무 익숙해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마치 부모 자식의 관계와 같다. 성인이 됐으면 독립해야 하는데 아직도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거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든 사람과 옆에 있는 사람의 피해는 다르다. 강풍이 불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울이지 않겠냐.

-미국과 핵 운용을 놓고 협의하는 단계가 됐음에도 불안하다고 보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핵 버튼’은 대통령만 누를 수 있다. 한미 국방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이 평양에 핵을 쏜다면 북한은 서울은 물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서 뉴욕을 포기할 수 있겠나.

-트럼프가 재선되면 대북정책도 바뀌지 않겠나

△가능성을 50% 정도로 본다. 현 정부의 주류 입장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면서 이를 강화한다는 방향이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그 이상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체 핵무장론자들이 트럼프가 재선되면 목소리를 낼 거다. 또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거고, 연합훈련 할 때마다 비용을 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여론의 비난이 나올 것이고, 정부 정책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핵무장을 하면 국제사회 제재를 받을텐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로 대북 추가제재가 채택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핵무장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유엔안보리에서 제재 채택을 추진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핵개발 시 경제적 타격 우려도 크다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대만,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면 미국의 제재로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북핵에 대한 두려움으로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을 미국이 반대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침체된 세계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이 자국과 서방의 국익에 반하는 강력한 독자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원전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원자력 분야 제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핵무장론이 국가 생존을 위한 조치였다고 미국 정부와 전문가를 설득한다면 6개월~1년 사이에 제재 면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동 중인 원자로의 핵연료는 한 번에 18개월을 가동할 수 있다. 또 한국은 18~24개월의 농축연료를 비축하고 있어 국제시장에서 농축우라늄을 사오지 못해도 3년 정도는 가동에 문제가 없다. 결정적으로 한국과 원자력 분야서 협력 중인 미국, 프랑스, 일본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외교적으로 고립 가능성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건 독재국가이고, 반미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같이하는 동맹이다. 이스라엘이 핵무장 했을 때 미국은 묵인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했을 때도 이들 국가에 제재를 했지만 중국 견제와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해 제재를 풀어준 바 있다.

-핵 도미노 현상 발생하는 것 아니냐

△핵보유 반대론자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과 대만도 핵무장을 하게 되고 핵확산방지조약(NPT)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달리 국민 여론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어 입장이 다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국제사회가 한일을 동시에 제재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핵보유가 쉽게 가능해진다.

-현실적으로 핵무장을 가기 위해서는

△남북한·미·중·일·러 중에 우리만 비핵국가로 남는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부터 시급히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핵무장을 위해서는 우호적인 국제환경이 조성되고, 대내적으로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담대한 지도자도 필요하다. 국내외 저항에 불복하거나 동요해서는 안된다.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담부서도 신설해야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완벽한 미소
  • 동전이?
  • 청량한 시구
  • 시원한 물세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