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은 커지고 있지만"...적자에 허덕이는 패션 플랫폼

[만년 적자 위기의 패션 플랫폼]①에이블리·지그재그·브랜디 적자 행진
거래액 1조원대 돌파에도 수백억 적자
VC업계 "기업 존속 가능성 의문…투자 고심"
  • 등록 2023-09-10 오후 3:12:49

    수정 2023-09-10 오후 7:33:11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 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올해도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온라인 소비 시장 성장이 둔화한 데다 고물가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다. 업계는 거래액 확대와 흑자 전환에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기업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에이블리. (사진=에이블리코퍼레이션)
10일 모바일 데이터 시장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에이블리·지그재그·브랜디 등 패션 플랫폼 3사의 이용자가 급감했다.

에이블리의 경우 지난달 모바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67만8576명으로 전년 동기(406만1251명) 대비 9.4% 감소했다. 지그재그의 MAU는 341만152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줄고, 브랜디의 MAU는 72만268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8.6% 빠지며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무신사와 계열사 29CM MAU가 각각 380만6163명, 98만948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 45.8%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신세계(004170)그룹 계열 W컨셉의 MAU는 60만356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었다.

‘3대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꼽히는 3사는 수년째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3사는 공통적으로 동대문 도매 업체에서 떼온 상품을 파는 개인 쇼핑몰을 한 데 모아 운영하는 서비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 1020대 젊은 소비자를 주요 고객으로 저가 상품 위주로 거래액과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지난해 74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2021년에 이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카카오스타일과 브랜디도 각각 518억원, 321억원을 기록 적자 경영을 지속하는 상태다.

벤처투자(VC) 업계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거래액 확대에 집중해온 플랫폼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거래액에 비례해 0.9~1.2배 정도로 기업 가치를 산정해왔지만 거래액은 객단가가 높은 상품 판매를 늘리거나 교환, 환불 등을 포함한 총거래액으로 제시할 경우 얼마든지 눈속임이 가능한 지표”라며 “유동 부채가 유동 자산보다 많은 기업의 경우 계속 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올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 3월 월간 손익분기점(BEP) 달성 이후 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그재그는 하반기 분기 기준 흑자 달성을 목표로 영업 손실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하반기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 흑자를 내는 무신사를 비롯해 신세계(004170)가 인수한 W컨셉의 경우 MAU가 빠지기는커녕 최대 두자릿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업체 간 출혈 경쟁이 확대되면서 ‘플랫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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