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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왕 위원과 만나 1시간 30분 동안 회담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위원에게 중국에 구금되거나 출국금지된 미국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순위라고 전했다. 또 불법 펜타닐 문제에 중국의 협력을 요청했으며 중국 내 인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안정 유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 군사 소통 채널을 재개해야 한다는 뜻도 전달했으나 회담의 주요 내용은 아니었다고 미 정부 관리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 위원에 “미국 정부, 미국 기업,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조치는 큰 우려 사항이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최근 미 정부 기관 해킹을 중국 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결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 첨단 기술 수출 규제와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내정 간섭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엄숙한 입장을 설명하면서 미국 측이 중국의 내정에 제멋대로 간섭하는 것을 삼가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은 중국의 경제, 무역, 과학 기술 압박을 중단하고 중국에 대한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외교 수장이 만난 것은 지난달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이후 24일 만이다. 중국에선 친강 외교부장(장관)이 건강 문제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하고 친 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왕 위원이 대표로 참석했다.
양측은 이견을 확인했지만 소통을 이어가자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은 올해 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위한 길을 닦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긴장은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