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위자료의 최대치는 어린아이나 젊은 피해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60세가 넘어가면 사실상 위자료 액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 2017년 생명표를 기준으로 하면 기대여명은 남자가 80세, 여자는 85세 정도가 되기 때문에 기대여명에 가까울수록 위자료 액수는 더욱 많이 떨어진다.
법원이 사람의 생명이라는 보호법익은 동일한 데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위자료를 차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통사고로 사망한 5세 아동에 대한 위자료를 더 높게 인정하면서 아동의 경우 사고로 인한 기본권 침해 정도가 성인보다 더 크다고 보았다. 또한 아동의 경우 일률적으로 최소한의 수입(도시일용노임)을 얻을 것을 전제로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불리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위자료 범위는 실제 유족의 마음을 위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이한 것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사고 후 가해자의 태도”를 위자료 증액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통상 위자료는 피해자측 사정(피해로 입은 고통과 피해자의 과실 정도)이 주된 참작사유가 된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고 후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판시내용을 보면 “가습기살균제 판매·제조회사는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사망이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만을 할 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진심어린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은 점”을 주요 논거로 들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목적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이다. 그래서 피해자 과실이 있으면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을 하고 위자료를 통해 손해의 범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피해자의 부모에게 각 1억원씩 합계 2억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는 별도이다. 법원이 위자료를 2억까지 인정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가해 회사가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을 하지 않고 진심 어리 반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가해자들이 사고 이후 정확한 진상규명을 하기 보다는 대학교수들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여 인과관계를 모호하게 만든 점과 주요한 증거를 은닉하거나 은폐한 점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판결문처럼 기업이나 병원이 잘못이 있음에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진심 어린 반성을 하지 않는 경우 위자료의 적극적 기능을 활용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에 준하는 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피해자들의 일반적인 법감정이다.
☞이인재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1기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세종사이버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비상임 감정위원 △건강보험 장기요양 심사위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소송지원 변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