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의 이유있는 '외도 아닌 외도'

제약업계 비주력 의약품 영역 진입 활발
씨티씨바이오, 의약품 영업·유통 도전장
원료업체 경보·에스티팜, 완제의약품 공략·신약개발
제일약품·휴온스, 자체개발 신약개발 착수
  • 등록 2016-03-29 오전 9:06:08

    수정 2016-03-29 오전 9:06:08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업체들이 기존 주력 사업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약품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축적된 연구개발(R&D) 능력을 토대로 진입장벽이 높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에서다.

B2B 전문 업체 씨티씨바이오, 의약품 영업·유통 도전장

29일 업계에 따르면 씨티씨바이오(060590)는 전국 의약품 유통업체 모임인 PNK컨소시엄과 업무협약을 맺고 완제의약품 유통·영업 사업에 뛰어들었다. PNK컨소시엄은 전국단위의 종합의약품 도매업체들이 결성한 의약품 유통연합이다.

동물의약품이 주력 사업인 씨티씨바이오는 당초 인체의약품 분야에서는 필름형 의약품을 비롯해 다앙한 개량신약을 개발해 국내외 제약기업에 공급하는 B2B 시장에만 집중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필름형 제네릭을 개발해 제일약품, 휴온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조루치료제 ‘칸덴시아’를 개발했다.

씨티씨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필름형 시알리스는 이탈리아 제약사 메나리니가 판매한다. 지난해 ‘데스모프레신’ 성분의 야뇨증치료제를 필름형으로 만든 제품을 오리지널 업체인 스위스제약사 페링에 역수출하는 계약도 맺었다.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제품을 직접 시장에서 판매하며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해 11월 의약품 마케팅본부를 출범하고 자체 영업인력 8명을 충원했다. 이후 현재까지 20여개 품목의 전문의약품을 허가받았다. 씨티씨바이오는 PNK 컨소시엄을 통해 자체개발한 개량신약 34개 제품을 발매할 예정이다.

주요 제약사 주력사업과 신규 의약품 사업 현황(자료: 각사)
◇원료업체 경보·에스티팜, 완제의약품 공략·신약개발

원료의약품 전문 업체 경보제약(214390)은 호시탐탐 완제의약품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종근당의 계열사인 경보제약은 국내 원료의약품 1위 업체로 전체 시장의 약 15%를 점유하고 있다.

경보제약은 지난해부터 총 11개의 전문의약품을 허가받았다. 최근에는 두 개의 고지혈증약 성분(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으로 구성된 복합제 ‘로수에지’를 장착했다. 두 개의 성분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고, 소장에서 흡수를 저해하는 이중 작용을 갖는 약물이다.

당초 이 제품은 알보젠코리아, 대웅제약, 제일약품, 종근당 등이 공동개발한 복합신약이다. 경보제약이 최근 종근당으로부터 로수에지의 판권을 넘겨받고 본격적인 판매 준비에 나섰다. 그동안 경보제약은 완제의약품 영역에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승인을 받은 흡입마취제 등 수입의약품과 복제약(제네릭) 판매에 주력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개량신약 제품 판매에 나서며 제품력을 강화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원료의약품 계열사 에스티팜은 신약개발에 도전한다. 에스티팜은 최근 한국화학연구원과 대장암치료제 후보물질 ‘STP06-1002’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보유한 ‘STP06-1002’의 특허지분과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모두 이전받아 독자 개발에 나섰다. 원료의약품 업체가 신약 개발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삼천리제약이 전신인 에스티팜은 지난 2010년 옛 동아제약에 인수된 이후 국내업체들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해왔다.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위탁 생산(CMO) 방식으로 신약 원료 수출도 늘리고 있다.

원료의약품에서 벗어나 시장성을 갖춘 신약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회사 측은 “현재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전임상이 진행 중이며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해외임상을 통해 후보물질의 상품화를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제일약품·휴온스, 자체개발 신약개발 속도

제일약품(002620)은 그동안 소홀했던 신약과 개량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제일약품은 지난달 고지혈증약(로수바스트틴)과 두 개의 고혈압약(텔미사르탄, 암로디핀)을 섞어 만든 복합제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전립선비대증+배뇨장애’, ‘당뇨+고지혈증’ 복합제 개발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제일약품이 자체개발한 뇌졸중치료제 ‘JPI-289’는 지난해 말 임상2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기술을 넘겨받은 신규 대장암치료제 ‘JPI-547’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사실 제일약품은 연간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그동안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수입의약품 판매에 주력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한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한 신약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휴온스(084110)도 신약 개발에 도전한다. 이 회사는 지난 몇 년간 비만치료제, 비타민 및 영양치료주사제 등 웰빙의약품으로 급성장했지만 최근 자체개발 신약 장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쓰이는 ‘사이클로스포린’와 ‘트레할로스’를 결합한 복합신약의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제품은 개발 단계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휴온스는 최근 또 경구용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천연물 지방간 치료제 등의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중국제약사로부터 안구건조증 치료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며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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