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의 세계②] '매사세 10년' 이렇게 달라졌다

제작팀은 드라마·영화 만들고
해외팀은 현지 돌며 시장분석
각자 역할 분명해지고 책임감 커져
"매니저 될래요" 여성지원자 늘기도
  • 등록 2014-04-25 오전 9:46:46

    수정 2014-04-25 오전 9:50:25

[이데일리 강민정 기자] 동사만 있고 목적어는 없었던 슬픈 주어 ‘매니저’. 매니저들이 사는 세상, 일명 ‘매사세’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의 바로미터였다. 무엇을 한다는 기준 없이 관리한다는 말 하나로 운전부터 홍보·기획·제작 등 모든 걸 해왔다. 요즘은 달라졌다. 과거처럼 모든 걸 하진 않는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가 대거 소속돼 있는 심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 윌엔터테인먼트, SM C&C, YG엔터테인먼트 등을 찾아 요즘 달라진 매니저의 ‘캐파’와 캐릭터를 짚어봤다.

권태오 심엔터테인먼트 대리는 소속배우인 엄정화 곁에서 세세한 부분을 돕고 있다. 사진 속 권태오 대리는 케이블채널 tvN 월화 미니시리즈 ‘마녀의 연애’ 촬영에 임하고 있는 엄정화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모니터링에 도움을 주고 있다.


▲10년 전 ‘매니저 어디까지 해봤니?’

지난 10년 동안 매니저 업무는 세분화됐다. 하정우가 소속된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 이동욱이 소속된 킹콩엔터테인먼트의 이진성 대표, 공유가 소속된 매니지먼트 숲의 김장균 대표, 이병헌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 등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대표’들은 이렇듯 비슷한 출발선을 밟은 ‘일당백 매니저’ 출신이다.

10년 전 매니저들은 모든 걸 소화했다. 오전에 광고촬영이 있는 A배우를 위해 헤어메이크업에 패션까지 챙겼고 운전을 해 촬영장까지 데려다 줬다. 그 사이 다른 드라마의 캐스팅 등을 위한 관계자 미팅이 계속 이어진다. 광고촬영을 마치면 해당 일정에 대해 홍보할 언론배포용 자료를 만들었다. 혹여나 사건·사고가 터지면 직접 수습해야 했고,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만들어가는 투자도 이들의 역량이었다.

이진성 대표는 “지금도 그때의 업무패턴이 몸에 익어 직접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지고 책임감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일이 훨씬 능동적이고 과정 또한 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조직도도 필요 없었던 ‘올인원 업무구조’는 현재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소속 배우가 10명 이상 되는 심엔터테인먼트, 윌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 SM C&C 등에선 매니지먼트 1·2·3개 팀 이상 분류돼 있다. 여기에 신인개발팀은 필수. 홍보전략팀·기획마케팅 팀 등 회사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언론을 상대하고 각종 문의와 민원을 해결하는 홍보성 업무가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요즘은 제작본부도 신설되는 분위기다. 활발한 배우 영입과 노하우 있는 매니저들이 회사를 탄탄하게 만들어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손수 드라마·영화 등 제작에 뛰어드는 일이 늘고 있다. ‘미스코리아’(MBC), ‘미미’(Mnet), ‘총리와 나’(KBS2) 등 올해만 3편의 드라마를 제작한 SM C&C가 대표적이다. 판타지오도 공동제작 형식으로 SNS드라마 ‘방과후 복불복’을 선보였고 IOK미디어와 함께 MBC ‘앙큼한 돌싱녀’를 제작했다.

최근 일본 팬미팅을 가진 배우 주원. 엄태웅으로 시작된 ‘해외 시장 분석 파트’는 심엔터테인먼트의 주요한 업무로 변화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캐파 ‘글로벌 시야’

엄정화·엄태웅·주원 등이 소속된 심엔터테인먼트에서 10년 근속한 이창오 실장.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에 출연 중인 엄정화의 전담 매니저인 그는 요즘 글로벌 시야로 확대하고 있다. 이메일과 전화 등 해외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시장에서 뛰어야 하는 해외영업부서가 회사의 주력이 되고 있는 덕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연예인의 발이었던 로드매니저로 일을 시작해 실장으로 승진했지만 몸으로 부딪치는 현장업무는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로 요즘 해외영업부서가 신설되거나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는 매니지먼트 회사는 상당하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권으로 뻗은 한류의 성장은 분명한 기회다. 최근 1∼2년 새 중국 내 공고해진 한류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권미옥 심엔터테인먼트 홍보실장은 “2006년도 엄태웅의 ‘마왕’과 ‘부활’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 뒤로 해외영업부서가 마련됐다. 당시엔 팬미팅 정도로만 기획했던 일이 새로운 한류스타의 성장과 함께 다각적인 프로모션으로 발전되고 있다. 러브콜에 응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곳에 어떤 팬들의 수요가 있을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미리 파악해서 공급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고 설명했다.

아이돌스타 등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는 가수를 관리하는 가요기획사와 달리 배우와 일하는 매니저가 해외시장에 집중한 풍경은 근래 일이다. 김수현·배용준·김현중 등 한류스타가 대거 소속된 키이스트에서도 아직까지 양근환 대표가 직접 현지를 돌며 시장분석에 나설 정도다. 이보영·진이한·유인영·강소라 등이 소속된 윌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박인규 윌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당장의 해외일정과 관련해서는 20여명의 매니저들이 전담하고 있는 배우에 맞춰 소화하고 있다. 해외업무 관련 에이전시들과 MOU를 맺어 일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배우들의 행보가 활발해질수록 단독 파트로서 체계화된 시스템 내에 매니저들이 훈련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비 매니저’를 양성하는 판타지오 매니저 사관학교에선 ‘3D’ 업종에 문을 두드리는 여성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사진=한대욱기자)


▲요즘 많은 캐릭터 ‘근면강철녀’

‘신참 매니저’의 세상에선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근면성실하면서 강철체력까지 지닌 여자들이 나서는 것. 아직 여자 매니저의 비율이 남자와 비교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3년간 여성의 지원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사실이다.

이보영·김정은·왕빛나·유인영·강소라 등 여배우가 대거 소속된 윌엔터테인먼트에선 최근 신입 매니저 경력채용을 진행했고 여자를 뽑았다. 최근 진행된 판타지오의 ‘매니저 사관학교’에도 여자 지원자 비율이 60%를 넘었다. 밝고 명랑한 성격은 물론 밤샘 촬영에 장거리운전을 거의 매일 소화해야 하는 체력까지 합격기준을 충족시켰다. 김동업 윌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여배우가 많은 회사 입장에선 여자 매니저들이 함께 있는 것이 심적으로 더 편하다. 요즘은 체력도 남자 못지않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욱 뛰어날 때도 많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매니저 세상에 여자들이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매니저 지망생들은 성공한 ‘여성 CEO’의 사례를 보며 목표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이서진·이승기·이선희가 소속된 후크엔터테인먼트, 박신혜·박세영·김정화가 소속된 S.A.L.T.엔터테인먼트, 김혜수·송강호가 소속된 호두엔터테인먼트 등의 기획사는 모두 여자가 수장으로, 업계 내 단단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판타지오 계열사로 편입된 메이딘엔터테인먼트의 김계현 대표는 “매니저 지원 여성들이 최근 1년 새 30%가 늘어났다. 누구나 알 만한 드라마를 제작하고, 스타를 키운 기획사의 여자대표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매니저라는 일도 더 다양한 계층에 녹아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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