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물가채..기재부 물가채 살리기 안간힘

인수부진에 교환수요만..개인투자자 손실 커 리테일영업 엄두 못내
하반기 물가상승 가능성에 기대..PD평가 완화에 교환, ‘지표물 유동성 확대’
  • 등록 2013-07-19 오전 10:36:44

    수정 2013-07-19 오후 1:31:36

[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물가연동국고채권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소비자물가가 8개월째 1%대 성장에 그치고 있어서다.

이달 실시된 입찰은 일반인이 참여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이후 가장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결국 추가 공급물량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시장에서 정상적인 유통을 어렵게 하는 셈이 됐다. 아울러 기존 경과물을 덜어내고자 하는 교환수요만 확인함에 따라 경과물도 위기에 처할 조짐이다.

국고채 전문딜러와 예비전문딜러(PD·PPD)들 사이에서는 금리 메리트와 헤지 어려움에 사실상 물가채 관심이 뚝 끊겼다. 아울러 일반인들은 그간 물가채 매수로 손해만 키웠고, 이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증권사 리테일채권쪽에서도 적극적인 영업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실시된 국고10년 물가채 인수 결과 금리 1.242%에 2억110만원이 발행됐다. PD와 PPD 인수물량은 전혀 없는 가운데 전액 PD와 PPD를 제외한 개인 및 금융기관, 기타법인 등 일반인 인수 물량이었다. 일반인 인수 물량 역시 최대인수가능 금액 850억원 대비 0.2%에 그쳤다.

◇ 물가채 부진 2월부터 시작

물가채 인수 부진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1.5%에 그치며 예상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부터다. 2월부터 이달까지 물가채 인수물량은 총 1011억1470만원으로 지난 1월 한달 인수물량 4169억510만원의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물가채 지표종목이 13-4로 바뀐 지난달 이후 발행물량은 고작 557억9840만원에 그치고 있다. 같은기간 최대 인수물량 1조1260억원대비 겨우 5%만이 발행된 셈이다.

기재부는 이같은 물가채 지표종목 물량부진을 해소키 위해 전일 2000억원 규모 국고채 교환을 실시해 2690억원을 낙찰시켰다. 종목별로는 물가채 직전지표물 11-4가 1060억원, 경과물 10-4가 960억원, 7-2가 670억원이었다. 이로써 물가채 유통물량은 지표물 13-4가 3247억9840만원, 11-4는 4조9801억원, 10-4는 1조3830억원, 7-2는 1조4150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다만 교환 호조를 두고도 기재부와 시장 참여자들간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진명 기재부 국채과장은 “최소한 지표물에 대한 교환 수요는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증권사의 한 PD는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물가채 경과물을 덜어내고자 하는 수요였을 뿐”이라고 전했다.

PD와 PPD사이에서 물가채 인기가 시들한 것은 거래가 쉽지 않은데다 헤지 역시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6월7일에는 주요 국고채금리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물가채만 무려 14bp나 급등하는 양상을 연출했다. 장내시장에서 PD들이 받아낼 수 있는 매도한도까지 매물이 나온데다 시장조성으로 감당키 어려운 수준까지 금리가 오르자 연쇄적 손절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다른 증권사의 한 PD는 “기관들사이에서도 물가채 인기가 워낙 없다. 장내외를 막론하고 거래도 잘 안되다”며 “물가채 보유시 통상 10년물로 헤지하지만 물가채와 10년물 방향성이 같은 것도 아니어서 양쪽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0일 ‘국고채 발행 및 국고채전문딜러 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PD실적 평가시 호가제시를 의무에서 가점사항(4점)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개인들 역시 물가채를 외면하긴 마찬가지다. 우선 물가채가 한창 인기를 끌던 지난해 10월초 0.50%던 금리수준이 전일 1.24%를 기록하며 무려 74bp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같은기간 10억원을 투자했다면 이자는 커녕 대략 5000만원 원금손실을 보며 9억5000만원이 된 셈이다.

아울러 올초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조정된데다 분리과세 혜택도 3년 이상 보유해야하는 기준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 리테일영업부서들이 적극적 세일즈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개인 고객도 고객이지만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창구직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테일채권 담당자는 “물가채 보유 일반고객들이 대부분 손실을 봄에 따라 객장 직원들의 부담감도 덩달아 커졌다. 영업직원들의 거부반응이 워낙 커 물가채 세일즈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물가 8개월째 1%대, 하반기 상승 가능성에 기대

물가채 발행 부진은 수익과 직결된 소비자물가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다. 물가채가 원금 및 이자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키기 때문이다. 물가채 원금은 발행당시 액면가에 물가연동계수(지급일 소비자물가지수/발행일 소비자물가지수)를 곱해 산출한다. 또 이렇게 정해진 원금액에 표면이율을 곱해 이자지급액이 산출돼 이자도 물가수준에 따라 변동된다.

소비자물가는 6월현재 전년동월대비 1.0%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1.6%를 시작으로 8개월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치 2.5%~3.5%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외환위기 직후 경기침체로 수요가 부진했던 1999년 9월 0.8%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기재부는 하반기부터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희망을 거는 눈치다. 실제로 지난 11일 한은이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을 보면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8%와 2.9%를 전망했다. 무상보육·급식을 제외할 경우 올 4분기중 물가상승률은 2% 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명 국채과장은 “물가채 부진은 소비자물가가 너무 낮아 매력도가 떨어진게 가장 큰 요인”이라며 “물가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가가 정상화돼야 한다. 물가가 올 하반기에 오른다하니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상훈 SK증권(001510) 채권애널리스트도 “8~9월엔 장마나 태풍등과 함께 계절적으로 물가상승요인이 있어 물가상승을 기대해볼만하다”고 전했다.

◇ 교환등 지표물 물량 확대 방안 고심

기재부는 물가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3-4 지표물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물가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물가 정상화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일단 어떤식으로든 유동성을 추가 공급해 물가채가 고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김진명 과장은 “전일 물가채 교환물량을 예정액보다 많이 한 것도 지표물 유동성을 늘리기위한 방침”이었다면서 “시장상황을 보며 교환을 계속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 지표물 유동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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