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0일자 33면에 게재됐습니다. |
| ▲ 시리아 연극인들이 선보이는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 반독재 시위로 혼란스러운 시리아의 현 상황을 담았다(사진=두산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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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시리아의 상황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전쟁 상황이다. 이번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지만 시리아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운 나쁘면 수감될 수도 있다.”
시리아 연극인들이 한국에서 초연하는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는 여느 연극보다 절박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지중해 중부 연안에 자리잡은 시리아는 북쪽으로 터키, 남동쪽으로 이라크와 접해 있다. 또 남쪽과 서쪽으로 요르단·이스라엘·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는 다른 아랍국에 비해 한국인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 나라다.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시리아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됐다. 유엔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사드 정권은 9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중 7500여명은 정부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이다.
작품은 아사드 정권의 독재에 저항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불법 감금된 시리아인들의 증언을 수집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노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법구금과 고문, 구타가 만연한 시리아의 현 상황을 폭로하는 극은 그 자체가 반정부 활동의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여 비밀리에 작업을 했고 위험을 감수한 채 한국에 왔다. 그리고 지난 17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경계인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 나선 오마르 아부 사다 연출을 비롯한 4명의 배우와 2명의 스태프들의 표정은 침울하지만 단호했다. 비극적인 조국의 상황이지만 이를 외부세계에 그대로 전할 수 있다는 비감과 기대가 뒤섞여서다.
그들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먼 타국의 무대에 오른 이유가 궁금했다. 아부 사다 연출은 “공연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동정이나 위로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뒤 “지금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혁명을 예술적 형태로 무대에 옮겨 소통하자는 게 목적이다”고 밝혔다. 노라 역을 맡은 난다 모함메드는 “노라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극 중 구금된 시리아인들의 증언들은 모두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개막 2주 전에 완성됐고 애초 5월 중순까지 공연 예정이었으나, 시리아 상황이 악화되면서 29일까지로 공연기간을 줄이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시리아로 귀국하기로 했다. 이들은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한 뒤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다시 연극을 올릴 예정이다. 공연은 아랍어로 진행하고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