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전통 궁궐 안에 있는 하얀색 온실의 생경한 이미지를 모티프로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영상과 설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가 문경원(41)이 회화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개인전 ‘그린 하우스’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연다. 작가는 그동안 숭례문, 서울과 평양, 서울스퀘어, 기무사 등 역사적 유적지나 건물의 과거와 현재를 개인적인 시점으로 재조명했다. 이번에는 지난해 서울 소격동 기무사터에서 열린 ‘신호탄’전에서 기무사의 온실 터를 배경으로 이곳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와 허구를 조합한 다큐 영상 ‘박제’의 연장선 상에서 작품을 제작했다.
1층에 전시된 회화작품 ‘조작적 조건화’ 시리즈는 하얀색 배경에 온실 넝쿨의 이미지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환상적으로 펼쳐져 있다. 이 안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 등 동화 팝업북에서 튀어나온 듯한 작은 이미지들이 삽입됐다. 작가는 “기무사 온실 모티프를 개인적인 느낌으로 풀어내기 위해 창경궁 온실 이미지를 가져왔다”며 “몸이 커져 온실 밖으로 팔과 다리가 빠져나온 소녀, 두 명의 기사, 죽은 빨간 새 등은 내가 생각하는 온실의 느낌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적으로 식물을 성장시키는 온실은 사회 시스템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안의 만화 같은 이미지들은 “안정과 파괴, 사랑과 명예, 정치와 권력 등 삶의 관행을 대변한다”고 강태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해석했다. 영상작품 ‘박제’ 제작을 위해 스케치한 것들을 회화로 옮긴 작품 ‘그린 하우스’ 시리즈는 2층에 전시됐다. 창경궁 온실을 실측하고 도면 작업한 후 이를 변형시켜 전시장 지하 공간 안에 놓은 설치작품 ‘그린 하우스 Ⅰ·Ⅱ’도 있다. 작가는 “실제 온실의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온실의 깊은 공간을 납작하게 표현하고, 원근법이라는 기존 시각체제를 뒤집으면서도 조형적으로 다시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곳곳에는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잡기 연습을 하고 있는 실루엣 애니메이션이 포함돼 있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균형잡는 순간의 긴장감과 멈춤이 온실 속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형식을 골라 쓴다”는 작가는 회화 위주의 개인전을 연 것에 대해 “학부 때 그리는 것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회화가 어려운 동시에 가장 재미있다”고 전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다양한 장르의 전시기획과 작가 프로모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갤러리현대의 기획부문 두아트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9일부터 7월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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