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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지속되는 최근에도 기업 지분 매입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선호를 유지하고 있으며,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에 투자하면서 구원 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이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금융시장의 회생을 위해 개입하는 것을 열렬히 지지했던 그의 발언권은 어느때보다도 막강하다.
투자업계부터 정계까지 그의 입술에 주목하고 있다.
◇ 에너지 기업 관심 `여전`
금융위기로 인해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버핏은 최근 에너지 기업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BYD의 지분 10%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버크셔의 전기 및 천연가스 부문 계열사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는 공시를 통해 지난 27일 2억3100만달러를 들여 BYD의 주식 2억2500만주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버핏은 전기 자동차 등 친환경 부문에서 발판을 다지기 위해 이같은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드아메리칸은 지난 18일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그룹에 47억 달러를 투자했었다. 매수 직전 한주간 콘스텔레이션의 주가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60%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저가에 매수한 셈이다.
◇ 위기 맞은 거대 금융기업 지분 매입
버핏은 금융 위기를 틈타, 체질이 부실해진 거대 금융기업 지분 매수에도 나섰다. 그의 투자는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자신감까지 이끌어내면서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3일 버핏은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투자를 결정했다. 버크셔는 골드만삭스가 발행한 영구 우선주를 매입, 5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5년내 행사가 가능한 50억달러의 보통주를 주당 115달러에 살 수 있는 워런트도 받기로 했다.
버핏은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구제금융법안의 승인을 확신하고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의 골드막삭스 투자 소식이 전해진 후 아시아 증시는 금융주가 급등하면서 오름세를 연출했다.
이 밖에도 버핏은 8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미국 최대 보험회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사업부문 중 일부를 매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제금융법안이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본업`인 투자업계 외에 정계에서도 버핏의 입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는 정부가 나서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를 지원하는 것에 적극 찬성해왔다. 현재의 금융 위기는 업계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경제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CNN머니에 따르면 버핏은 지난 26일 저녁 구제금융법안 통과를 위해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의회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현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의 금융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의회 관계자는 "잠재적인 시장 반응을 가늠하는 데 있어 버핏의 전화는 원군이됐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켄트 콘래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버핏이 "현재 금융시장의 혼란 상황을 `경제상의 진주만(economic Pearl Harbor)`"이라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태평양 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처럼 월가가 大혼란에 빠져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버핏은 CNBC에 출연해 금융위기와 관련 "이 문제는 월가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고 경고했었다. 그는 "금융회사들의 붕괴는 금융산업 전반의 가동을 중지시킬 수 있으며, 경제를 망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핏은 또 "의회가 미국 국민을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구제금융법안은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앞서 버핏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정부보증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버핏은 정부의 구제안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국유화에 찬성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