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지난 2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부터다. 문 후보가 '대운하 저지'를 선거 이슈로 내세우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때문에 이 의원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은평을은 18대 총선 최대 격전지이자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이 의원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10여년간을 감옥에서 지낸 재야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지난 96년 그는 지나온 인생과는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 김문수 현 경기지사와 함께 신한국당에 입당한 것.
당시 여당에 들어간 이 이원은 은평을에서 15대부터 17대까지 거푸 의원 배지를 단다. 특히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캠프의 좌장으로 이명박대통령 만들기의 1등공신이 되었다.
거물급 정치인이 맞상대하는 이 지역의 최대 이슈는 지역현안이 아니라 대운하다. `대운하 사령관` 이재오와 `대운하 저지 사령관` 문국현이라는 구도가 짜여진 것이다.
현재 대운하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처음에는 불리할 것으로 생각됐던 문 후보가 앞서고 있다. 지난 21일 중앙일보가 은평을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 지지율은 45.2%를 기록, 29.3%에 그친 이 의원을 15.9%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 측은 당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이 의원은 "은평 지역과 대운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2-23일간 이 의원은 은평구 주요 지역을 방문하는 등 지역 일정을 소화하면서 민심 다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와중에 한나라당 내부에서 실세들간의 권력투쟁이 확전 양상을 띄면서 이재오 의원이 역풍을 맞을 지 여부도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은평을 선거결과는 향후 정국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국현 후보가 당선되면 대운하 반대여론이 더욱 커져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추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친박의원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이재오 의원은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문 후보가 다소 유리해 보인다. 대운하 반대여론 뿐만 아니라 최근 통합민주당에서 제기되는 후보 단일화 의견도 큰 힘이 된다. 반면 이 의원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대운하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내홍을 겪고 있는 당의 지원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