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005380)에 대한 평가가 최근 1~2년 사이 놀라보게 달라졌다. 그야말로 수직 상승이다. 판매대수 등 단지 양(量)적 개념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들어선 브랜드, 품질 등 질(質)적 요인에 대한 호평이 부쩍 늘고 있다. 명실공히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청신호`가 켜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의 이같은 결실은 과거의 `싸구려 차`가 아닌 `제값 받는 차`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사활을 걸다시피 해온 품질경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진두지휘해 온 이같은 전략은 적중하고 있다. 품질 상승이 곧 판매 증가와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제는 서로 상승효과를 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오는 2010년 기아차와 함께 국내 300만대, 해외 200만대 등 국내외 5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 숨가쁘게 뛰고 있는 현대차. 이같은 야심찬 목표는 더이상 꿈이 아니다.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를 넘어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으로 향한 글로벌 경영이 앞에서 끌고, 품질 및 브랜드 경영이 뒤에서 밀면서 `꿈`은 `현실`로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현대차가 명실공히 글로벌 메이커로 확실히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노사 상생 문화의 정착, 고급차 브랜드 육성, 미래차 경쟁력 확보 등이 바로 그 것이다. 특히 GM의 추락과 도요타의 부상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 상생문화의 정착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edaily는 `현대차 레벨업-이젠 질(質)로 승부한다`는 주제로 일곱 차례에 걸쳐 현대차의 괄목할 만한 성장 및 그 원동력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닛산을 누르다"..세계 車업계 9번째 브랜드
`세계 100대 브랜드 첫 진입` 현대차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총괄적으로 상징하는 결과다. 브랜드야 말로 그 기업의 현 주소를 정확히 판가름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브랜드 가치 35억달러로 전세계 브랜드중 84위를 차지했다. 세계 유명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의 조사 결과다. 한국자동차산업 역사상 최초로 세계 100대 브랜드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표1 참조
◆세계 車업계 브랜드 순위(표1)
특히 현대차는 `일본 빅3`중 하나인 닛산(85위)을 제치는 개가를 올렸다. 이로써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업계 9번째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는 `렉서스` `어큐라` 등 일본차와 같은 별도의 고급 브랜드 육성을 검토하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희망가나 다름없다. 세계 자동차업계 10대 브랜드는 도요타(전체순위 9위), 벤츠(11위), BMW(16위), 혼다(19위), 포드(22위), 폴크스바겐(56위), 포르쉐(76위), 아우디(79위), 현대차(84위), 닛산(85위) 순이다.
현대차는 2010년까지 3단계 브랜드 전략을 통해 장기적으로 도요타와 같은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확보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세계 30대 및 자동차 부문 5대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차 품질 이어 내구성 품질 `점프업`
현대차의 세계 100 브랜드 진입은 최근 몇년새 급상승한 품질 수준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현대차의 내구성 품질 순위가 12단계나 뛰어올랐다는 J.D 파워의 조사 결과가 나온지 얼마 안돼 세계 100대 브랜드 첫 진입 소식이 나온 것은 이런 맥락이다. 세계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품질 수준이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현대차 내구성 품질 추이(표2)
100대당 문제 발생빈도가 260건으로 업계 평균인 237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1~2년 사이 `쏘나타`가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신차품질(IQS)이 상위권에 진입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2~3년내 내구성 품질 역시 상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구성 품질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미국 고객들이 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중고차 가격을 좌우한다는데 있다. 내구성 품질이 상승하면→`리세일 밸류(Resale Value)`인 중고차 가격이 오르고→브랜드 인지도도 덩달아 높아지고→판매량이 늘고 판매가격도 올릴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따라서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세계적 수준의 내구성 품질 확보인 것이다.
◇정몽구 회장 현장경영 `원동력`
현대차의 레벨업에는 정몽구 회장의 철두철미한 `현장경영`이 한몫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빼닮은 그의 현장경영이 지금의 현대차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막론하고 현장중심 경영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국내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2~3회씩 생산 현장과 영업 일선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점을 주문한다.
해외 현장 경영 역시 정 회장의 주무기다. 지난해에는 13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올해도 터키, 미국 앨라배마, 중국 등을 누비며 해외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세운 앨라배마 공장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앨라배마공장은 2교대로 전환하면서 가동률이 90% 수준의 정상화 단계로 가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의 현장경영은 품질경영으로 이어졌다. 품질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정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해외 유력 언론이 현대차와 정 회장을 잇따라 극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유력 자동차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 회장을 2005년 자동차부문 아시아 최고의 CEO(최고경영자)로 선정했다. 글로벌 경영을 통해 현대차의 판매량을 급신장시킨데다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품질을 비약적인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했다.
미국 대표 시사주간지인 타임(Time) 역시 정 회장의 품질경영을 연이어 극찬했다. 타임은 지난 6월 특집기사에서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정 회장은 어떤 결함도 용인하지 않는다(Hyundai Motor’s Chung Mong Koo is worried about the small stuff and won’t tolerate any errors)”라며 정 회장의 품질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현대차 성공의 직접적인 원동력(architect of Hyundai’s rise)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남은 과제..노사 상생 문화 정착 시급
하지만 현대차의 앞날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과제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매년 되풀이되는 투쟁적인 노사 문화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최대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GM이 세계 1위 자리에서 휘청거리며 추락하고 있는 이유가 적대적인 노사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현대차 노사 모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 GM의 추락 원인을 모두 노사관계에 있었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사 상생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빅3 추락의 근본 원인이 90년대말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정년 연장, 연금ㆍ의료보험 혜택 확대에 동의한 것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경영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애스턴 마틴, 재규어, 랜드로버, 벤틀리, 롤스로이스로 유명했던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노사 및 노노 갈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반해 지난 반세기(50년)동안 연속 흑자를 내며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도요타는 정반대의 사례다. 55년간 무파업의 노사 관계가 맺은 결실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1710억엔의 순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노사는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올해로 4년째 동결이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이유다.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 회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행사에 참석, "경영자와 노동자가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맺은 게 55년 무파업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언제까지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자동차시장은 연간 1000만대 이상 생산능력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해 있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 효자 산업이자 최대 고용 산업인 자동차산업, 그중에서도 맏형인 현대차는 사측 뿐만 아니라 노조 역시 `노블리제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연이어 터진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 등을 감안할 때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노사가 `생산성 극대화`라는 목표 아래 대화를 통해 상생의 문화를 반드시 정착해 나가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
남충우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노사간의 쟁점사항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이지 파업이라는 극한 수단을 동원해서는 안된다"며 "특히 자동차산업의 노사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명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