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병수기자] 재경부 김규복 기획관리실장의 사직서 제출에 이어 24일 김영룡 세제실장도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재경부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 새판짜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작업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산하 기관장으로의 전직이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도 이헌재 부총리의 강한 의중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어제(23일) 사표를 제출한 김규복 실장은 행시 15회로 재경부의 최고참이다. 경기고-서울 법대 출신으로 재경부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이헌재 장관과의 호흡도 좋았다.
김 실장은 어제 사표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1급들에게 부담을 주고 솔선수범하기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위한 `용퇴` 모양을 갖추고, 본인 스스로도 이 장관의 사표 제출 강요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김영룡 실장도 지난 주 구두로 이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이 그 일이 있은 후 사직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공식적으로 제출할 타이밍을 봐왔다"며 "아직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이번 1급들의 용퇴 도미노는 이 부총리가 비교적 분명한 뜻을 전달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주 이 장관이 여러 형태로 1급들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곧 사실상 통보에 해당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처럼 산하기관장 자리에 여유가 있다면 분위기만 가지고도 알아서들 판단했으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들 통로가 막히면서 신임 장관이 취임한 후에도 고위 공무원들의 망설임이 계속되자 이 부총리가 직접 나서 교통정리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어제 김 실장의 말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됐다. `다른 1급들에 부담을 주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이 장관의 생각을 전하는 행동대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김 실장이 공개적으로 물꼬를 트자 행시 동기인 김영룡 실장이 긴 고민의 시간을 끝냈고, 행시 16회인 전형수 국세심판원장, 김병기 금융분석원장 등도 심적 압력을 떠안게 되는 구도로 흐르고 있다.
1급들의 용퇴가 이어지면서 후임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행시 17회로 방영민 세제총괄심의관, 이철휘 국고국장, 채수열 국세심판원 심판관등이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외부에 나가 있는 윤대희 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 이정환 국무조정실 조정관(이상 1급) 등은 본부 입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같은 1급인 오갑원 경제자유구역 기획단장과 행시 18회에서는 김병일 ADB연차총회 기획단장과 문창모 관세심의관 등이 대기자 명단에 들어있다.
이 부총리의 발탁인사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부총리가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상황에서 큰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