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회장 “尹 내란죄 명백…與野, 거국중립내각 신속히 꾸려야”

[인터뷰]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비상계엄, 심각한 국헌문란이자 폭동…내란죄 해당"
尹 부정선거 의혹에…"동의할 수 없는 잘못된 판단"
"거국중립내각 협의 시작해야…원포인트 개헌 필요"
정치회복 주문…"서로 다를 수 있다고 이해해야"
  • 등록 2024-12-15 오후 1:42:24

    수정 2024-12-15 오후 1:42:24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여야는 탄핵정국을 신속하게 수습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을 꾸려야 한다. 거국중립내각이 꾸려지면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헌정회는 국회의원을 지낸 국가원로들의 초당파적인 국회 등록 단체다. 5선 의원 출신인 정 회장은 2023년 3월에 23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헌정회는 12·3 계엄사태 직후인 4일 긴급시국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가원로단체로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정대철 헌정회장(사진 = 이데일리DB)
“尹 비상계엄, 국헌문란이자 폭동…내란죄 해당”

정 회장은 윤 대통령이 발동한 비상계엄에 대해 “국헌문란이자 폭동 행위”라며 “따라서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상계엄의 발동요건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데 이런 요건이 전혀 충족되지 못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 등 중요인사에 대한 체포계획을 세운 것도 국헌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 주요기관인 국회 및 선거관리위원회 점거지시 역시 심각한 국헌문란 및 폭동 행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퇴 후 ‘당에 권한을 위임하겠다’면서도 이후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전혀 물러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내란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며 “또 여당에 국정을 위임할 수 있는 규정이 헌법·법률에 없다는 점도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을 포함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의 비극을 막기 위해 대통령 하야(자진사퇴)를 촉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사태수습 및 대선일정을 늦추기 위해 하야보다는 탄핵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몰고 간 측면도 있다”며 “여당 내부도 계파 갈등으로 인해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이 달랐던 것도 영향을 준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 회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 역시 초청강연에서 ‘부정선거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에 대해서도 “내란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으니 헌재에서 탄핵이 받아들여 질 것으로 믿는다”며 “치열한 사실확인과 법리다툼을 통해 국민이 수긍하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사진 = 이데일리DB)
“거국중립내각 협의 시작해야…원포인트 개헌 필요”

정 회장은 탄핵안 가결 후 정국 안정을 위해 여야가 신속하게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국중립내각이란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여야가 각각 추천한 인물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리는 것을 말한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 꾸려진 허정 과도정부가 비슷한 형태로 꼽힌다.

그는 “국정의 장기적 중단을 막고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야는 가장 먼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합의를 해야 한다”며 “과도내각 또는 선거관리내각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한 총리는 내란죄 혐의로 고발된 피의자 상태”라며 “한 총리는 거국중립내각 총리에게 양보하고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 황교안 총리 대통령 대행체제로 운영됐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탄핵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앞서 헌정회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막기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4년) 및 1회 연임, 국회 상원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탄핵 위기를 바람직한 국가 시스템 구축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여야 합의를 통해 원포인트 개헌을 이룬 뒤 대선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여야가 현재의 극단적 ‘정쟁’에서 벗어나 ‘정치’를 회복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여야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서로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한다’(agree to disagree)는 점을 깊이 이해하고 인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여야는 힘의 논리(다수결에 의한 투표나 거부권)의 행사를 가능한 자제하고 대화·설득·조정을 통합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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