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법원, 의료·건설 감정 컨트롤타워 만든다…재판 지연 해소

고등법원 권역별 '감정관리센터(가칭)' 설치
의사·건축사 등 전문가 위촉 감정 사건 관리
민사 장기미제 원인 중 29.9% '증거조사 지연'
의료감정 손해배상 사건 최대 7년까지 지연돼
  • 등록 2024-07-18 오전 8:59:21

    수정 2024-07-18 오후 7:21:2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의료·건설 감정(鑑定) 절차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감정관리센터(가칭)’ 설치를 추진한다. 의사, 건축사 등 전문가가 감정 사건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감정 지연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서울고법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고등법원 권역별 ‘감정관리센터(가칭)’ 설치를 추진 중이다. 감정은 전문가 의견이 필요한 보충적 증거방법으로, 법원이 진행하는 감정에는 신체, 진료기록 등 의료 감정과 공사비 감정, 경매 감정 등이 있다.

감정관리센터는 재판 과정에서 수반되는 감정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 의사, 건축사 등 전문가를 ‘감정관리위원’으로 지정해 재판부에 설명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 전문가 참여로 감정 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하고 절차 전반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서다. 감정인 관리, 교육 등 감정 절차 전반은 ‘감정담당판사(감정관리센터장)’를 배치해 관리한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예산 등을 감안해 올해는 일부 권역에 감정관리센터를 설치,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각 지역 고등법원에 센터를 설치한다는 목표다.

대법원이 감정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는 감정 지연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민사본안(소액 제외) 장기미제 사건 사유의 29.9%가 ‘증거조사 지연’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민사사건 중 감정 실시 비율이 높은 의료 관련 손해배상 사건은 다른 사건 대비 평균 처리 기간이 현저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감정으로 인해 평균 2~4년의 소송 기간이 소요되고, 최대 7년 넘게 소송이 지연된 사례도 더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병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감정이 불가능하다고 반송을 받고 다른 병원에 의뢰하는 절차를 18번 거친 최근 사건 사례도 있다”며 “감정서를 1년만에 회신받아도 늦은 것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의료 감정 지연은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감정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건설감정의 경우 변호사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2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호사 불만족 원인에는 △감정인의 능력과 자질 부족(42.3%) △감정인 전문분야 불일치(35.1%) △감정인의 공정성 의심(32%) 등이 꼽혔다.

앞서 사법부가 당면한 과제의 해결책을 검토하는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15일 2차 회의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감정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감정절차를 관리하는 기구를 설치해 충실하고 신속한 감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바 있다.

자문위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사건에서 감정 절차가 지연되고 감정 내용이 충실하지 않다는 우려가 많으므로 감정절차의 지체로 인한 재판 절차 지연의 문제점을 보완·정비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의료감정 지연 해소를 위해 의료감정료 적정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의료감정료는 1과목당 신체감정은 40만원, 진료기록감정은 60만원으로, 지난 2017년 인상 이후 7년간 제자리다. 저액의 의료감정료는 진료나 수술, 연구 등으로 바쁜 대형병원 의사들이 의료감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를 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이날 대법원은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감정 관련 간담회를 추진한다. 안건은 △의료감정절차의 지연 해소 방안 △대한의사협회의 의료감정 추진 경과 및 운영현황 등이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의료감정료 적정화의 구체적 금액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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