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금통위…정적 속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긴장감[금통위 스케치]

채권시장에선 25bp 추가 인상 전망
'소수의견' 등 금통위원 간 이견 커질 듯
이창용 총재, 최종금리 힌트 줄지도 관심
  • 등록 2023-01-13 오전 9:20:23

    수정 2023-01-13 오전 9:20:2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3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17층 대회의실. 30명이 넘는 취재진이 자리를 잡으며 속닥거리는 소리마저 8시 55분, 신성환 금통위원이 회의장에 등장하자마자 고요해졌다.

정적 속에 긴장감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조용히 먼저 자리를 잡은 신 위원을 시작으로 1분 뒤 이승헌 한은 부총재가 등장했다. 뒤이어 조윤제 위원, 서영경 위원, 주상영 위원, 박기영 위원이 나란히 입장했다. 조 위원은 마스크를 벗고 물을 마시며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지었지만 회의장의 높은 긴장감은 풀어지지 않았다.

금통위 의장인 이창용 총재를 기다리는 1분여가 길게 느껴졌다. 이 총재는 8시 58분께 지난 달 20일 물가안정목표 점검 설명회때 착용했던 녹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총재는 본인이 들고 온 회색과 짙은 청녹색 계열의 파일 중 회색 파일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빠르게 책상 한 쪽에 정리해뒀다. 두꺼운 하얀 색 A4짜리 페이퍼가 책상에 곱게 자리했다.

의사봉을 두드려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응한 후 총재는 취재진을 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을 한 후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이날 금통위는 새해 처음 열리는 회의라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작년 한 해 동안 금리가 2.25%포인트나 인상되며 금리 인상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통위 회의장에 긴장감이 커진 것은 금리 결정을 두고 금통위원간 이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경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1명을 대상으로 1월 금통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2일부터 4일간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역시 67명이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찝찝함이 크다. 작년까진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고 4월부터 11월까지 ‘6회 연속 금리 인상’이란 신기록을 써내려가는 데 거침이 없었던 반면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7%로 6개월 전(3%)보다 무려 1.3%포인트나 하향 조정했고 경기 하방 압력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 일변도에서 ‘경기 우려’로 서서히 방향을 트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 총재는 지난 달 20일 ‘물가 설명회’ 기자회견에서 “현재 경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보더라인(Borferline, 경계선)에 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1.7%로 전망했지만 연간 성장률 0%대의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작년 부동산 가격은 10% 넘게 하락해 그 어느 때보다 경착륙 우려가 커졌다. 고금리 하에선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효과가 제약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날 금리를 인상하든, 동결하든 이 총재가 최종금리에 대해 어떤 힌트를 줄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날 금리가 최종금리가 될지, 한 번 더 인상의 여지가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어찌됐든 2021년 8월부터 1년 반째 이어지고 있는 역대 가장 빠른 ‘금리 인상기’의 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금리 인상이 마침표를 찍고 한동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면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에도 한층 여유가 생길지, 누적된 금리 인상이 부메랑이 돼 피부 깊숙이 꽂히게 될지는 섣불리 예견하기 어렵다. 아직은 겨울비까지 축축하게 내리는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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