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에 사과 할 것 없다"던 김도환, 납골당 찾아 뒤늦은 사죄

  • 등록 2020-07-10 오전 8:26:09

    수정 2020-07-10 오전 8:26:09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사죄할 것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 뒤 불과 이틀 만에 가혹행위를 시인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김도환 선수가 최 선수의 납골당을 찾아 사죄했다.

지난 9일 경주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김 선수는 이날 오후 5시30분께 故 최 선수 유해가 안치된 경북 성주군의 한 추모공원에 방문했다.

이날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최 선수의 유골함 앞에 선 김 선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글썽였다. 김 선수는 “진실을 묵인해 미안하다. 모든 피해자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폭행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제3자를 통해 최 선수 유족과 만나서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최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는 이를 거절했다. 최씨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9일 오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도환 선수가 고 최숙현 선수가 잠들어 있는 경북 성주군 추모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김 선수는 이 자리에서 고개 숙여 사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선수는 최 선수의 사망 직후부터 양심의 가책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폭행 사실을 털어놓기 전인 6일까지만 해도 “폭언과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사죄할 것도, 그런 생각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2틀 뒤 사과의 뜻을 전한 것에 대해 김 선수는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선배의 잘못을 들추는 건 이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던 故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 유족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그는 감독과 팀닥터, 선배 2명의 가혹 행위에 수년간 시달렸다.

올해 2월엔 이들을 고소하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돌아온 건 외면뿐이었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 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하는 식고문을 당했고, 복숭아 1개 먹은 일을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3일간 굶거나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닥터는 여자부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재 김규봉 감독과 팀 닥터로 불린 안주현 씨, 장윤정 선수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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