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레버리지 ETF·ETN 투자시 예탁금 1000만원 내야

금융당국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 발표
  • 등록 2020-05-17 오후 12:00:00

    수정 2020-05-17 오후 12:0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오는 9월부터 레버리지(±2배)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채권) 등은 기본예탁금을 미리 낸 사람만 투자할 수 있다. 투자 위험이 큰 레버리지 ETP(상장지수상품)에 대해서는 빚을 내 투자하는 길도 막힌다.

17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이 두 차례나 최고 등급 소비자 경보를 울렸음에도 원유 선물 ETF·ETN에 대한 투자 광풍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머리를 맞대 도출한 결과물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투기적 수요 억제, 괴리율(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 관리의 효율성 제고, 다양한 ETN 출시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고 이번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ETF·ETN, 일반 주식시장과 분리

우선 파생상품투자가 수반되는 레버리지 ETF·ETN을 일반 주식시장에서 분리해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원유 선물 ETF·ETN은 주식시장 내 유가증권에 상장돼 있다. 투자 난도가 높은 원자재 레버리지 ETF·ETN을 모은 시장을 만드는 방식이 유력하다. 거래소가 이를 위해 이달 중 연구용역을 개시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반 주식시장 상품들과 차별화된 상장심사, 투자자 진입규제 등 투자자보호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사전지식 없이 추종매매를 하는 투자자의 투기적 수요 억제를 위해 레버리지 ETF·ETN에 기본예탁금을 설정하고 차입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ETN을 매수하려는 경우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유지해야 한다. 기본예탁금은 증권사가 개인 위탁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의 매매거래를 수탁하는 경우 받아야 하는 일정금액 이상의 현금 또는 증권이다. 이런 예탁금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물리적인 진입 장벽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레버리지 ETF·ETN을 투자하려는 신규 투자자에 대해 사전 온라인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투자자로서 큰 품이 드는 것은 아니나, 심리적인 진입 장벽 역할이 기대된다. 이들 투자자는 상품개요·특성, 거래방법, 파생형 ETP의 내재위험(괴리율, 복리효과, 롤오버 효과) 등에 대해 1시간가량 공부해야 한다.

차입 거래 성격이 있는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서는 차입 투자도 제한한다. 중복 차입으로 투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내규에 의해 자체적으로 제한해왔는데, 이를 자율이 아니라 강제로 못 박는다는 취지 같다”고 설명했다.

지표가치가 폭락하면 동전주로 전락해 몰리는 투기적 수요를 막을 수 있도록 ETN의 액면병합을 허용한다. 액면병합은 발행된 증권을 합쳐 소수의 증권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액면분할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거래소와 예탁원은 거래정지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ETN을 분할·병합할 수 있는 업무처리 체계와 전산시스템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증권사, ETN 발행 20% 이상 보유해야 할 듯

아울러 거래소는 시장관리대상(투자유의종목 지정) 적출요건을 대폭 강화해 괴리율 확대를 조기에 차단하기로 했다. 현재 괴리율이 30%를 초과하는 ETN·ETF에 대해 매매방법 변경 및 거래정지를 실시하는데 앞으로는 국내 기초자산은 6%, 해외 기초자산은 12%를 초과하는 경우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 매매체결방법을 단일가로 변경하고 이후에도 괴리율이 축소되지 않으면 매매거래를 정지시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괴리율이 급등하는 경우 1단계 조치인 투자유의종목 지정 및 단일가매매를 거치지 않고 바로 2단계인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가능하다”며 “만약 3거래일 연속 괴리율이 국내 기초자산은 3%, 해외 기초자산은 6%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유의종목에서 해제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ETN 발행사(LP)에 최소 유동성 보유의무도 부여한다. ETN 발행 증권사(LP)에 호가 제출 관련 의무는 있으나, 이를 위한 보유수량에 대한 의무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투자수요 급증 등으로 ETN 보유물량 소진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ETN 추가발행 등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LP에게 총 상장증권총수의 일정비율 이상의 유동성 공급물량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수량의 20%가 유력한 가운데 상장규모에 따라 최소·최대 수량을 별도 설정하는 등 세부내용을 증권 업계와 협의할 전망이다.

거래소가 ETN 발행사를 상대로 적정 괴리율 유지 여부를 분기별 평가하는 것이 적시성·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월별 평가로 평가 주기를 단축한다. 의무위반 종목 수, 괴리율 정도, 위반일수 등 의무 위반수준에 비례해 신규 ETN 상품 출시기간을 제한하는 등 제재 강도도 높이게 된다.

코스닥150·KRX300 ETN 출시 허용돼…ETF와 경쟁 예상

지표가치 급등락으로 괴리율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거나 기초지수 산출이 불가한 경우 거래소 심사를 거쳐 제한적으로 발행사가 ETN을 조기청산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시장 상황 급변 등으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한도 소진 전 일괄신고서 제출을 허용하고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일(15일)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요가 폭증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되레 적시에 추가 물량 공급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ETF와의 과열경쟁 방지를 위해 제한해온 코스닥150·KRX300 등 국내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N 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거래량이 매우 적거나 유동성 관리가 곤란한 기존상품에 대한 관리부담 완화를 위해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매출이 부진한 종목은 자진상장폐지가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항은 시장 의견수렴을 거쳐 7월부터, 법령개정 및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과제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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