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인 김모씨는 보름 전 보유 중인 서울 강남 개포동 주공3단지 42㎡(13평형)를 8억3000만원에 내놨다. 불과 한달 전 시세인 8억5000만원보다 2000만원이나 낮춘 것이다.
이 아파트는 1년 전에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만에 1억원이상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김씨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건축 규제가 풀릴 것으로 믿고 기다려왔지만 여의치 않자 팔기로 했다.
버블세븐의 상징지역인 강남구는 매물이 쌓여가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 예정단지들이다. 여기에 물량 부담도 더해지고 있다. 잠실 새 아파트가 대규모 입주하면서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압구정동, 도곡동, 대치동 일반아파트까지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 집값 2년 前으로 회귀
강남구 집값은 1998년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오름세를 나타냈고, 2006년말 최고점을 기록했다.
강남구의 3.3㎡당 매매가 추이는 이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가격은 2006년 5월 버블세븐 발표 당시 3096만원이었다.
이후 2007년 1월 사상 최고가인 3549만원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이달 첫째주 강남구의 3.3㎡당 가격은 3446만원으로 2006년 11월 셋째주에 기록한 3457만원과 비슷하다. 올 들어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2월 3513만원 ▲3월 3509만원 ▲6월 3484만원 ▲8월 3445만원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 규제에 직격탄 맞은 재건축
11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던 은마아파트 112㎡(34평형)는 이달 초 1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10억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던 이 아파트 102㎡(30평)는 현재 9억2000만원에도 사는 사람이 없어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다시 회수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재건축 단지의 약세는 일반 아파트 가격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8㎡(44평)의 경우 집값이 강세였던 2006년말 28억원에 매매됐지만 최근에는 21억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부동산 침체에도 가격이 요지부동이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최근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현대 115.5㎡(35평) 급매물은 최근 13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고점 가격은 16억원, 최근 호가는 15억~15억50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싸게 팔린 것이다. 타워팰리스 188㎡(56평)도 최근 26억원에 매물을 내놨다가 21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2006년 12월말에 최고 28억원의 시세를 기록했다.
이들 아파트 가격이 약세로 돌아선 데는 재건축 아파트 약세 속에 잠실지역 새 아파트가 대거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곡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서 잠실 새 아파트가 대거 입주하면서 강남 아파트 값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불패신화 끝났나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가을 이후 강남구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기는 하겠지만 가격 상승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른다해도 2006년 하반기 최고점 가격 회복을 시도하는 움직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부동산 정책 변수라는 호재가 있기는 하지만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도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강남구의 대형 주상복합과 재건축 아파트는 악재가 몰리면서 빛이 바랬다"며 "높은 가격, 세금부담 등으로 매수세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 완화책이 거론되지만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률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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