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본 대선공약)①성장률

상식에 어긋나는 성장률 목표 "300년 자본주의 역사에도 없어"
'대통령부터 되고 보자' 공약 '남발'..집권 후 '부작용' 초래
  • 등록 2007-10-30 오전 10:35:21

    수정 2007-10-30 오전 11:16:01

[이데일리 김수연 좌동욱기자] 公約인가?  空約인가?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각 후보들의 공약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모두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충정의 발로라는 수사를 앞세운다. 하지만 公約이라기 보다는 空約에 가까운 것들도 적지 않다. 그저 추상적인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계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경제부문 공약을 중심으로 7회의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17대 대선의 핵심 화두는 단연 '경제 살리기'다. 대선을 50일 남긴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웃도는 이유도 '경제대통령'이라는 이슈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대선 후보들의 경제성장 목표와 일자리 창출 대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성장 목표가 경제학의 상식을 뒤집는 것으로 실현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을 '호도'하는 이런 잘못된 공약이 집권 후 무리한 경제 정책으로 현실화되고 또다시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악순환 고리를 낳는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집권 후 이런 정책 목표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유권자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 대선 후보 "6~8% 경제 성장하겠다"

17대 대선 주요 후보들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6~8% 수준으로 현재 잠재성장률 4~5%선을 훌쩍 넘긴다. 시대의 핵심 아젠다로 떠오른 일자리 창출 목표도 연간 50만개에서 100만개로 지난해 3년 평균 34만개를 웃돌고 있다.(표 참조)

후보별로는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이명박 후보가 5년간 평균 7%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했다.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르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6%로 이 후보보다 1%포인트 낮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목표도 이 후보가 5년간 300만개(연간 60만개)로 정 후보 250만개(연간 50만개)보다 50만개 많다.

대선 레이스를 늦게 출발한 문국현 후보는 모든 면에서 두 후보의 정책 목표를 넘어선다. 경제성장률은 연 8%, 새 일자리 창출은 5년간 500만개(연간 100만개)다.

 ◇ 전문가 "경제학 상식에 어긋나"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 정책목표가 경제학의 상식을 뒤집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는 "차기 정부 임기 내 잠재 성장률을 7~8%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 300년 역사 동안 경제학자가 세워 놓은 합리적 이론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경제규모가 커 질수록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힘들다"며 "6%는 몰라도 7% 이상 경제성장 공약은 단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잠재성장률은 장기 흐름인데 경제학 이론으로 쉽지 않다"며 "한 두해 정도 펌프질을 해서 될 지는 모르겠지만 5년 평균은 힘들다"고 말한다.

일자리 창출 목표 역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난 3년간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 수는 2004년 42만개, 2005년 30만개, 2006년 30만개 등 연평균 34만개 수준. 올해 만들어진 새로운 일자리 수도 30만개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약속한 연간 50만개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

김용하 교수는 "성장률과 일자리는 비례관계에 있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성장이 창출할 수 있는 고용 유발능력은 떨어지고 있다"며 "연간 50만개~10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 잘못된 공약, 부작용 초래

현재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대략 4~5% 수준.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연간 경제성장률이 이 수준에서 머물렀다.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국내 주요 기관들은 5.0%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는 각각 4.8%, 4.6%로 추정하고 있다.(표 참조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경제를 부양하게 되면 곧바로 경제에 부작용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6%를 넘은 것은 딱 세차례. 2000년 '벤처 거품'으로 경제성장률이 8.5%까지 치솟은 직후인 2001년 성장률은 3.8%로 반토막이 났다.
 
 2002년엔 카드 거품과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로 성장률이 7.0%까지 올라갔지만 이듬해 거품이 걷히면서 성장률은 3.1%로 추락했다. 99년 9.5% 성장은 외환위기 당시 성장률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였다. (그래프 참조)

 ◇ 일단 대통령되고 보자..무리한 공약 '남발'  

이런 경제 공약과 비전들이 집권 후 경제정책 목표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선거 때 제시한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목표가 집권 후 국가 경제 운영의 목표가 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7% 성장론과 5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도 대통령이 된 후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는 일단 대통령만 되면 끝이라는 후진적 정치문화의 전형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초 "대선 후보 시절 7%의 성장률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이회창 후보가 6%를 제시해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며 "대통령이 되고 보니 성장률 7%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실토한 바 있다. 

김상조 교수는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숫자로 터무니 없는 공약을 제시하게 되면 전체적인 공약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이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명백한 후진국형 정치 문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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