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0~9세 소아 중증외상 환자 4명 중 3명은 이른바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1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월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모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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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응급의료통계포털의 ‘중증외상 환자의 손상 후 내원 소요시간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0세 미만 소아 중증외상 환자는 122명으로 이 중 골든타임(1시간) 안에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는 30명(24.6%)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 전체 연령대 중증외상 환자가 골든타임 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비율(34.6%)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9년에는 35.6%, 2020년에는 32.6%로 계속해서 30%대를 유지했지만 2021년들어 대폭 감소한 것이다. 30분 안에 내원한 소아 중증외상 환자는 9명(7.4%)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등 심각한 외상으로 인해 생명이 위독한 부상을 의미하는 중증외상의 경우 사고 발생 직후 1시간을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불린다. 골든타임에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할 경우 사망이나 중증 장애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아의 경우 외상에 따른 빠른 처치가 회복 속도와 직결된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의료, 특히 소아 응급의료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101%에 달했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019년(94.2%) 100% 이하로 감소하더니 2020년 74.1%, 2021년 38.2%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는 28.1%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현재 10개소인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를 올해 안에 4곳 늘리고 시설과 장비, 예산 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24시간 소아응급 제공과 소아응급 전담전문의 배치 등 소아 중증진료에 관한 지표를 반영한다. 병·의원급 신생아실 입원 수가를 올리고 만 8세 미만 대상 소아입원료 연령 가산을 만 1세 미만의 경우 30%에서 50%로 확대한다.
이러한 대책에도 의료계에서는 소아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세부전문의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다발성 손상에 따른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병원에는 세부전공의가 부족해 수술 및 배후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웅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지난 2월 공개한 소아외과 세부 전공별 전문의 실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소아외과 전문의는 20명, 소아흉부외과는 15명에 불과하다. 소아신경외과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만 있다.
소아 중증외상 환자에 대한 수술 등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병원들은 환자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은 “현재 소아청소년과에 정형외과·외과·흉부외과 등 세부전문의가 부족해 배후 진료가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세부전문의를 늘리기 위해서 이들이 받는 보수 등 처우를 대폭 개선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처우 개선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고 이를 통한 세부전문의 확보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게 최 부회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