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FTX 파산 신청으로 자산 출금이 막힌 FTX 국내 이용자 수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달 FTX앱의 월 이용자 수(MAU)는 1만14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부터 지속한 시장 침체로 한동안 앱에 접속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실제 이용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FTX는 바이낸스와 함께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글로벌 거래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는 없는 마진 거래가 가능하고 코인 출금 시 수수료도 없기 때문에 FTX를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가 많았다.
이중 상당수는 수천, 수억원의 고액을 FTX에 맡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소에 코인이나 달러를 보관만 해놔도 연이율 5~8%의 이자 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FTX는 1만달러 미만을 예치할 경우 8%, 1만~10만달러를 예치할 경우 5% 이자를 지급했다. 최근 침체된 시장에서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기가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이 상품을 고금리 예·적금처럼 생각하고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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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객 예금이 고객의 자산으로 인식되면 비교적 빨리 회수할 수 있지만, FTX의 자산으로 간주되면 채권자들에게 채무를 상환할 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 돈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과정이 수년은 걸릴 수 있다. 미국 로펌 롭앤롭의 다니엘 베시코프 파트너는 마켓워치를 통해 “계좌 보유자들의 인출이 당분간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자들은 매우 지저분하고 복잡한 파산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TX가 파산 법원에 낸 서류에 따르면 회사의 부채는 최대 500억달러(약 66조원)이고 남은 자산도 비슷한 규모다. 채권자는 10만 명이 넘는데 대부분이 FTX 이용자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FTX와 밀접하게 관련된 코인인 FTT와 솔라나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FTT는 FTX가 자체 발행한 토큰이다. 이번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른 지난 8일 만해도 22달러였던 것이 현재 2달러가 되면서 가치가 90% 폭락했다. FTT가 상장된 국내 거래소는 코인원, 코빗, 고팍스 3곳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3개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는 물량은 최대 15만개 수준으로 집계됐다. 총액으로 보면 330만달러(43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30만달러(4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솔라나는 FTX 관계사이자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전문투자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초기에 투자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한 코인이다. 지난 8일 30달러에서 현재 14달러로 50% 이상 떨어졌다. 전체 일일 거래량의 18% 이상이 국내에서 일어날 만큼 국내 투자자가 많아, 이번 가격 폭락에 따른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FTX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흔들리면서 발생한 피해도 막대하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8일 1조200억달러에서 현재 8480억달러로 17% 축소됐다. 약 230조원 규모의 가치가 단 5일 만에 사라진 것이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도 1만6000달러대 머무르며, 최근 2년 만에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FTX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크립토 윈터가 길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근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덜 오른 것으로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듯했는데, FTX 사태로 다시 발목이 잡혔다.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의 이현우 대표는 “개인들이 거래소에 돈을 맡겨 놔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자금경색이 심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