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집 살 걸”…지금 전셋값이면 3년 전 아파트 샀다

전셋값 최근 들어 큰 폭 상승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풀이
3년 전 매매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 등록 2021-09-13 오전 9:34:33

    수정 2021-09-13 오후 9:35:32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까치마을2단지 아파트 전용 59㎡은 지난 7월 4억 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최근 이 단지의 전세 호가는 5억 5000만원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현재 이 아파트의 전세값이 3년 반 전인 2018년 1월 매매값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 아파트의 매매값은 4억 6000만원에서 5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이 단지의 매매값은 약 10억원이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의 현재 전셋값이 3년 반 전 매매값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 세입자들은 전세금으로 3년 전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었단 의미다. 지난해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불안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13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4억415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월 당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4억467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보인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2018년과 2019년에 연달아 소폭 하락했으나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에는 10.23%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0.26% 상승, 지난해 연간 상승률(10.23%)을 이미 넘어섰다. 서울, 경기, 인천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8.70%, 10.67%, 12.76% 달했는데, 경기와 인천은 벌써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추월한 상황이다. 특히 인천은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의 두 배가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서 시흥의 전셋값 상승률이 22.14%로 가장 컸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영남아파트6차 전용 59.99㎡는 지난달 7일 역대 최고가인 3억1000만원(10층)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 7월 같은 면적의 3층과 4층 매매가인 2억9500만원, 2억98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달만에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한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7월 말부터 적용된 새 임대차법에 따라 전셋값 5% 상한으로 2년 연장 계약이 끝나는 내년 7월 말부터는 전셋값이 또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낮아지는 추세인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갭투자(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도 용이해진다”며 “전셋값이 급등하면 곧이어 다시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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