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홍익표·기재부측 '경유세 인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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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은 경유세 인상론을 잇따라 제기했다. 우선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있다. 지난 4월13일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 김기식 정책특보는 당사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특보는 "경유차를 대체하는 과정에는 몇 가지 수단이 있다"며 "첫째는 유럽처럼 특정 시점까지 운행 중지, 둘째는 보조금을 줘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 셋째는 경유가격 인상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유 가격만 놓고 말할 순 없다"며 "전반적인 에너지 세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설득력이 있다"며 전반적인 에너지세제 개편을 예고했다.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지난 5월 9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경유차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미세먼지 대책 차원에서 경유 가격의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가격을 올릴 경우 서민증세 문제가 있어서 보상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이다.
최근 기재부 측도 비슷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윤승출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의 통합적 에너지세제 개편 모색을 위한 토론회'(주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녹색연합)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과장은 "(에너지 세제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현재 경유 승용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율을 일시에 크게 바꾸는 것보다는 단계적,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지난 19일 통화에서 "미세먼지를 감축하는데 에너지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게 나름 의미가 있다"며 "최종안이 확정되려면 관계부처와 의견 조율이 필요한데, 프랑스·벨기에처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100대 100으로 하는 나라도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벨기에처럼 갈 경우 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원 올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같아지게 된다.
◇경유세 얼마나 올릴까..쟁점은 인상 폭·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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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월까지 매달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이 잇따라 경유세 인상론을 제기한 셈이다. 그동안 취재 과정에서 "경유세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여당·정부 관계자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다"며 "친환경 에너지 세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종합해 보면 쟁점은 경유세 인상 여부가 아니다. 어떤 속도로 얼마나 올릴 지가 경유세 개편의 관건인 셈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3일 발표한 6월 셋째주 경유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리터당 1246.6원이다. 휘발유(1456.9원)보다 리터당 200원 가량 싸다. 현재 경유에 붙는 세금은 51%(642. 5원)에 달한다. 이른바 유류세(교통세+주행세+교육세+부가가치세)가 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얼마나 올릴까. 올리는 방식은 정해져 있다. 우선 정부의 연구용역 의뢰→공청회 등 의견수렴→정부의 세법 개정안 마련→국회 제출→국회 통과 순이다. 현 단계는 연구용역 보고서가 거의 마무리 돼 공청회를 앞둔 상황이다. 이미 어느 정도 시동이 걸린 셈이다.
공청회에서 다뤄지는 건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에 대한 개편안이다. 상대가격은 휘발유와 경유 등 에너지원별 가격 차이를 뜻한다. 현재는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이 100대 85다. 휘발유와 경유 값이 200원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참여정부의 2차 에너지세제 개편 당시 정해졌던 상대가격이 지난 10년 간 유지돼 왔다.
이 상대가격의 적정성, 조정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는 작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연구용역을 포함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이 이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내달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가 열린다. 이동규 조세연 박사,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한다.
공청회에서 경유세를 올리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 뒤 각계 반응을 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재부는 22일 이데일리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환경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국민부담, 국제수준 등을 고려해 에너지 상대가격의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23일 기자와 만나 "'진행 일정대로라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수송용 에너지 세제개편이 쉽지 않다'는 관측은 결정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 업계, 국민여론, 국회 반응 등을 본 뒤 경유세 개편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경유차 타는 국민부담↑"..김동연 "8월 가격조정 여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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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논란은 불거진 양상이다. 환경단체와 업계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앞으로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높이든지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쪽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작년 7월 1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 발표 당일 "경유세 인상 등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뤄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중국 때문에 주로 발생하는데 경유세를 손대면 기업 부담이 늘고 결국 서민 증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세를 올리면 현대차 등 자동차 제조업체를 비롯해 SUV 차량 소지자, 화물·운송업자,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학계에선 경유세 인상 실효성을 놓고 충돌 중이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유 가격을 10% 인상하면 대기오염 물질을 최대 5.3%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2년(2000~2012년) 간 전국 16개 시·도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다.
반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대형 화물차는 유가보조금 형태로 돌려 받고 건설기계 쪽은 가격이 인상돼도 경유를 쓸 수밖에 없다. 결국 경유차를 타는 국민들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결국 국민 건강을 위한다며 세수 확보에 나선 담뱃세 인상처럼 경유값 인상은 '제2 담뱃세 인상' 논란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김두관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8월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상대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여름은 벌써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지난 정부의 담뱃세 인상, 누진제 논란에 이어 올해는 경유세 논란이다. 국민들의 여름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데일리 [기재부 24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24시간 면밀히 살펴보고 예산·세금·재정 등 딱딱한 경제정책을 풀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재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