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기업공개(IPO)시장의 대세로 불리는 대형 제약·바이오업체들의 계열사가 잇따라 IPO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인 에스티팜과 녹십자그룹 자회사인 녹십자랩셀은 같은 날 공모주 청약과 코스닥시장 입성을 계획하고 있어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오는 15-16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이달 23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에스티팜은 간염·결핵치료제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에이즈치료제인 지도부딘의 원료의약품을 다국적 제약사인 GSK 등에 공급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466만 주의 보통주를 신규 발행을 통해 1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자금으로 차입급 상환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설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575억여원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빌린 돈을 갚고 나머지 300억원은 합성공장 등을 새로 짓는 데 쓰기로 했다. 에스티팜의 IPO를 통해 오너 3세인 강정석 부회장의 경영권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팜은 동아쏘시오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회사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법적 요건을 충족했고 오는 10월까지 자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동오쏘시오홀딩스는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에스티팜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재 보유 지분은 19.99%로 상장을 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분 20%만 보유하면 돼 그룹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 유상증자 과정에서 강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겨난다. 즉 에스티팜의 IPO는 자금조달과 함께 강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일거양득의 카드가 되는 셈이다.
에스티팜과 같은 날 공모주 청약과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녹십자랩셀은 녹십자의 자회사다. NK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전문 바이오업체로 NK세포는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감지해 공격·파괴하는 면역세포다. 녹십자랩셀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NK세포치료제의 글로벌 제품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또 차세대 NK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녹십자랩셀은 앞으로 녹십자그룹의 성장 동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종이 워낙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만큼 양 회사의 흥행 전선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을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공모주 청약과 IPO를 진행하는 만큼 두 회사 대결이 흥미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