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분양' 갈등·소송…영종도의 아우성 갈수록 커진다

미분양 물량 해소 고육책
건설사들 잇단 할인판촉
제값 준 계약자들 손해
주변 시세도 덩달아 추락
  • 등록 2014-06-25 오전 9:32:37

    수정 2014-06-25 오전 10:03:34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얼마 전 아파트 할인 분양에 반대하는 입주민이 분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영종 하늘도시 H아파트에 입주한 정모(55)씨가 지난 17일 분신 소동을 벌인 이후 일주일만인 23일 결국 숨졌다. 정씨가 분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할인 분양으로 인한 갈등 때문이다.

아파트 할인 분양에 따른 입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정부가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할인 분양’을 둘러싸고 기존 입주자와 시공사간 갈등을 빚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인천 영종지구에 들어선 아파트 전경. 이곳에서도 할인 분양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단지가 적지 않다. (이데일리 DB)
◇할인 분양 피해 소송 잇따라


할인 분양으로 인한 소송이 가장 많은 곳은 영종지구다. 그동안 이곳에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는 모두 6곳으로 총 7개 사업장이다. 대부분이 비슷한 건으로 송사에 휘말려 있다. 영종지구뿐 아니라 2008~2010년 사이 분양한 상당수의 미분양 아파트 단지들도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할인 분양으로 인해 주민들 간 다툼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 경기도 수원 A아파트에서는 올해 초 아예 입주민들이 할인 분양가로 집을 사 입주하는 주민들의 이사를 막아서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건설사와 계약자간 법정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시공순위 2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 가운데 아파트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업체가 이 같은 문제로 피소를 당해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만 37건에 달한다. 한 회사당 2~4건이 보통이고, 일부 건설사는 7~8건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할인 분양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분양 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소송이다. 하지만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났거나 소송을 준비 중인 사업장, 또 건설사들이 공시하지 않는 소규모 소송까지 합하면 100건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아파트 할인 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아파트 공급이 과잉된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자 미분양이 급증했고, 경영난에 처한 건설사들은 대대적인 할인 분양에 들어갔다. 2011년 서울 강동구 고덕동 B아파트는 중대형 214㎡ 아파트 분양가를 최고 8억원(41%)까지 할인해줘 기존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보통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2억~3억원 할인은 기본이다.

최고 8억원 할인 분양… 주변 시세까지 덩달아 끌어내려

문제가 된 영종하늘도시 H아파트의 경우 지난 5월부터 22~30% 정도 분양가를 할인에 판촉 활동을 벌였고, 이후 미분양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 전용 84㎡의 경우 기존 분양가가 4억500만~4억1500만원 대였지만, 할인 분양가는 2억8000만~3억3000만원이었다. 이는 현재 이 아파트 시세로, 그만큼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규제 완화·전셋값 급등 현상에 맞춰 대대적인 할인 분양을 시도했다. 이는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4월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5573가구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던 2008년 16만5599가구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제값을 주고 집을 산 초기 계약자들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몇 억원이나 되는 돈을 더 주고 산 것도 문제이지만 할인 분양가가 나오면 주변 시세까지 덩달아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영종지구 입주자대표연합회 관계자는 “주민들은 건설사의 할인 분양으로 재산상 손해가 크다”며 “할인 분양 자체가 건설사가 처음부터 고분양가를 인정하는 꼴 아니냐”고 반발했다.

실제로 영종지구의 경우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대비 20~30% 정도 떨어진 상태다. 영종지구 우미린2차 전용 85㎡의 초기 분양가는 평균 3억5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3억원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침체에 있다고 진단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기존 입주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집값 하락으로 재산가치가 덩달아 낮아진 때문”이라며 “집값이 올라가면 기존 입주자들의 반발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기반시설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영종지구 제3연륙교 건설 등 당초 밝혔던 계획을 추진해야 집값 하락에 따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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