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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2일 “어제 오후 8시 15분께 강원도 고성의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22사단 소속부대에서 아군 병사 한 명이 주간 근무를 마치고 소초(내무반)로 복귀하던 중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2 소총으로 10여발을 난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근무 후 복귀 과정에서 동료 향해 난사… 軍, 경계태세 최고수준 격상
가해자 임모(23) 병장은 사고 당일인 2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 55분까지 주간 경계근무를 마친 후 이 같은 사고를 일으켰다. 그는 수류탄과 총기를 반납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초 근방 후방 보급로 삼거리 지역에서 수류탄 1발을 터뜨렸다. 이후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을 향해 소총으로 수발을 발사한 뒤, 소초 통로로 진입해 다시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임 병장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김모(23)하사를 비롯한 동료 5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문모(22) 하사 등 2명은 각각 다리와 팔에 총알이 관통되는 중상을 입었다. 수류탄 폭발로 자리에 있던 임모(22) 하사 등 5명은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는 모두 군병원과 강원 지역 민간병원에 후송됐다. 부상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 당국은 고성군 일대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임 병장이 자신의 소총과 탄약 60여발을 갖고 도주한 때문이다. 진돗개 경보는 북한의 무장공비가 침투하거나 아군 탈영병이 발생할 때 내리는 조치다. 가장 낮은 등급은 셋이며 하나로 수위가 올라가면 군과 경찰을 수색과 전투에 총동원한다. 군은 임병장을 검거하기 위해 22사단 GOP 지역에 전 병력을 투입했다. 헬기를 투입해 항공정찰을 실시하는 등 감시장비를 집중 운용 중이다. 8군단 내 특공부대도 투입해 도주 가능 지역을 정밀 수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해 병사가 관심병사로 분류되던 것으로 밝혀져 군 당국이 주먹구구식 관리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임 병장은 2012년 12월 17일 입대해 4개월 만에 치른 첫 번째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았다. A급 관심병사는 자살 징후가 판단되는 특별관리 대상으로 GOP 투입이 금지된다. 때문에 임 병장은 입대한 이후 GOP에는 투입되지 못했다. GOP는 휴전선 철책에서 남쪽에 주둔한 아군 주력부대를 방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부대다.
GOP는 외부와 격리돼 근무 스트레스가 상당한 데다 수류탄과 실탄 등이 지급되고 있어 관심병사가 투입될 경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해당 부대인 22사단에서는 1984년 총기난사 및 수류탄 투척 사건, 2005년 예비역에 의한 수류탄 실탄 탈취사건, 2012년 노크귀순 사건 등 기강해이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지난해 12월 임 병장을 GOP부대에 투입했다. 한 달 전에 시행한 2차 인성검사에서 임 병장이 B급 관심병사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B급 관심병사의 경우 중점관리 대상으로 GOP근무가 제한되지는 않으며, 지난 3월 3차 검사에서도 같은 판정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가장 낮은 등급인 C등급은 기본관리 대상이다.
복무 부적응 병사 전체 8% 차지, 4명 중 1명은 “군생활 의미없어”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복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의 비율은 7.9%에 달한다. 2006년 조사 당시 10.9%였던 것보다 줄어든 비율이지만, 복무 부적응 병사가 앓고 있는 평균 정신질환의 개수는 3.7개로 이전 3.1개보다 늘어났다. 복무 부적응 병사의 경우 대인민감성, 공포증, 편집증, 정신증, 강박 순으로 정신질환을 앓았다.
이들 부적응 병사의 경우 ‘군 생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서 ‘의미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71.7%에 달했다. 적응 집단으로 분류된 병사들의 23.0% ‘의미가 없다’고 밝힌 것보다 3배 이상 많은 비율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당국이 인성검사를 통해 복무 부적응 병사에 대한 3단계 필터링을 거치고 있다고는 하나 지휘관의 주관적인 결정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며 “2011년 해병대 총기 난사사고가 일어난 지 3년만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군이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