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엔 금식’ 금기 깨진다

탄수화물 보충음료, 허기와 갈증 줄이고 회복에도 도움
  • 등록 2014-03-12 오전 9:42:13

    수정 2014-03-12 오전 9:42:13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수술대에 오르기 전 금식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전 금식을 하는 이유는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과정 중에 위에 남아있는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거나 심하면 기도를 폐쇄해 질식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금식은 이 같은 위험요인을 막기 위해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선택해 온 방법이다.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수술에 대해 힘들었던 과정 중 하나로 금식을 꼽는다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최소한 8시간 이상은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하는데, 수술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허기와 갈증까지 더해져 환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최근 수술 후 조기회복(ERAS, Early Recovery After Surger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이에 대한 경험이 축척되면서 전통적인 수술 전후의 환자처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금식이다.

수술 전 금식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만든다. 유럽정맥경장영양학회(ESPEN), 국제수술대사영양학회(IASMEN), 유럽마취과학회(ESA) 등 많은 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수술 전 탄수화물 음료를 마시는 것은 공복과 갈증을 줄이고 수술 후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켜 회복을 돕기 때문에 수술 2시간 전까지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정규환 교수팀은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 섭취의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2013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건강한 성인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탄수화물 보충음료 복용 후 위 배출 평가를 시행했다. PET-CT를 이용해 탄수화물 보충음료 음용 직후부터 시작해 30분간 위 부분을 연속 촬영하고, 음용 후 2시간에 한 번 더 촬영하여 정량적인 방법을 통해 위 배출의 정도를 평가한 결과 99.6%가 배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수술 2시간 이전에 음용한다면 실제 폐흡인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규환 교수는 “수술 전 길어지는 금식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면 환자의 불편함도 덜고 수술 후 빠른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탄수화물 보충음료는 섭취 후 2시간이 지나면 위에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위한 마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환자의 대사 및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수술 후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를 추가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술 전 섭취 가능한 탄수화물 보충음료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상(주) 웰라이프에서 노엔피오(NO-NPO)라는 이름으로 최근 출시했으며, 의사의 권유에 따라 병원 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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