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오래된 도시는 금융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1조달러를 굴리는 세계 최대의 트레이딩룸을 가진 투자은행 UBS의 미국 본사가 여기에 있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본산 그린위치와는 불과 10여분 거리다. 사리스는 스탬포드 이스트 메인스트리트에 위치한 국제금융센터 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사리스는 1983년에 설립됐다. 헤지펀드 중에서도 오래된 축에 끼는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운용 규모는 25억달러 정도로, `인터널 펀드`라고 부르는 싱글 헤지펀드와 펀드 오브 헤지펀드 모두 운용하고 있다.
운용 성적은 경이롭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헤지펀드 업계가 평균 -15~-20%의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인터널 펀드가 전략별로 25~40%, 펀드 오브 헤지펀드는 평균 8%의 수익을 내고 있다. 사리스를 방문해 발군의 수익률을 낸 비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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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서치에 역량의 3분의1을 쏟아붓는 헤지펀드
“2년 전 크레딧 스프레드가 급격히 줄어들 때 그 정도가 과도하다고 생각했어요.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이상징후로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랠리를 할 때도 같은 접근법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때부터 투자자금을 조금씩 빼기 시작했어요.”
로버트 P 코비노 사리스 상품개발부문 부대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수익률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2년전부터 포지션을 중립으로 맞춰 놓은 것이 결과적으로 올해와 같은 급락장의 여파를 덜 받게 했다고 강조했다. 유동성을 미리 확보한 것이 새로 포착한 기회에 `실탄`을 쏟아부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사리스의 남다른 리스크 관리 능력은 특별한 리서치에 대한 투자에서 비롯된다.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리서치 부문에 투입한다. 그리고 또다른 3분의 1은 시장을 `질적으로(qualitative)` 분석하는 데 투입한다. 이 인력은 다년간의 경험적 지식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수치 분석으로 대변되는 양적(quantitative) 접근과 경험에 기반한 질적 분석에 똑같은 비중을 두고 시장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 엄격한 리스크 관리와 신속한 포지션 조정으로 수익 극대화
사리스는 운용전략 개념을 `컨버전스(convergence)`와 `디버전스(divergence)`로 나눈다.
컨버전스는 시장의 효율성에 베팅한다. 자산이 적정가격 수준에 수렴한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저평가된 자산과 고평가된 자산을 발굴해 베팅하는 주식 트레이닝 기법은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디버전스는 시장의 방향성에 베팅한다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올해와 같이 변동성이 극심했던 시장에 적합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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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스의 펀드 오브 헤지펀드 포트폴리오에는 컨버전스와 디버전스가 적정한 비율로 구성돼 있습니다. 두 가지 개념이 상쇄작용을 일으켜 항상 일정한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것이죠.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포지션을 신속하게 조정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코비노)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안정적인 수익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트레이딩룸에서는 항상 운용팀과 리서치팀의 활발한 토론이 벌어진다고 한다.
싱글 헤지펀드인 `인터널 펀드` 운용에서도 사리스의 남다른 리스크 관리 능력은 빛을 발했다. 인터널 펀드는 디버전스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에쿼티 롱 숏`과 같이 레버러지를 일으켜 방향성 베팅을 하는 전략이 여기에 포함된다. 올 한해 헤지펀드들이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사리스는 인터널 펀드에서 25~40%의 업계 최고권 수익률을 내고 있다.
정삼영 교수는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illiquid asset)의 투자 비중이 높은 다른 헤지펀드와 달리 리스크를 최소화시키고 유동성을 높여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위기를 조심하되 기회를 놓치지 말라"
코비노 부대표는 헤지펀드 투자를 고민하는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현금 및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헤지펀드를 선택하고 ▲직접투자 이전에 헤지펀드와 꾸준한 접촉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며 ▲투자하기 전에는 헤지펀드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포트폴리오를 검증받을 것을 조언했다.
조급하게 투자를 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자세보다는 헤지펀드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높인 다음 투자에 나서는 접근법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헤지펀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마다 국내의 KDI국제정책대학원과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등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한다.
"헤지펀드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헤지펀드`의 꿈은 요원할 것입니다. 우선 좀 더 열린 자세로 해외 헤지펀드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제도 도입 초기 혼란과 고통이 있더라도 헤지펀드 도입은 한국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한국 투자자들에게 주문했다.
코비노 부대표는 "조심하되 기회는 놓치지 말라.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