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사모펀드의 마이다스 `슈워즈먼`

사모업계 파워 블랙스톤 일군 `신의 손`
열정적인 `대안투자의 대가`..월가 아이콘으로 떠올라
  • 등록 2007-02-22 오후 12:10:00

    수정 2007-02-22 오후 12:10:00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매주 월요일,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고층빌딩의 한 회의실에서는 릴레이 회의가 열린다. 온통 불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진 회의실에는 빳빳하게 다린 와이셔츠에 하버드 경영대학 로고가 새겨진 커브스링을 한 깔끔한 화이트컬러들이 모여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다.

◇40만달러로 사업 시작


바로 세계 최고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회의 모습이다. 매번 회의에 꼭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원탁 테이블을 빙 둘러싼 베이지색 가죽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말도 많이 안 하고 목소리도 크게 내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세계 수백억달러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도한 `신의 손` 스티브 슈워즈먼(사진)이다.

슈워즈먼은 예일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가 금융기관에 발을 들여놓은 그야말로 정통 엘리트 코스 출신이다. 20년전 리먼브러더스를 그만두고 피터 피터슨과 함께 종잣돈 40만달러로 블랙스톤을 설립한 이후 줄곧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왔다.

당시 2명의 경영진과 2명의 보조인력으로 시작한 블랙스톤을 이제 52명의 경영진과 75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키웠다.

◇블랙스톤 사모펀드 업계 파워로 키운 손

슈워즈먼의 능력은 2004년 화학업체인 셀라니스를 38억달러에 바이아웃(차입매수)하면서 입증됐다. 당시 화학업종은 사이클상 한물 갔었기 때문에 셀라니스 인수에 따른 리스크는 컸다.

그러나 슈워즈먼은 셀라니스를 인수하자마자 기업공개를 실시하면서 화학업종의 옛 명성을 되살려냈다. 방법도 기묘했다. 인수는 독일에서 했는데 기업공개는 미국에서 한 것. 미국 화학업종의 주가수익비율이 더 높아 값을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슈워즈먼이 업종 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해 대박을 터트렸다고 감탄했다.

최근 에쿼티 오피스 프라퍼티즈(EOP)를 389억달러에 인수한 이후에는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130억달러의 빌딩을 팔아치워 자금을 회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20일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천지가 주요 대형 사모펀드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사모펀드 파워 리스트 10선`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모펀드 업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블랙스톤은 47개의 기업을 손에 넣었고 각기 다른 사업을 통해 85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블랙스톤이 과거 5년동안 연간 30% 이상의 수익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심도 거르고 릴레이 회의..열정적 CEO

슈워즈먼의 성공 비결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회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슈워즈먼의 사업철학과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 회의는 사모펀드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10시30분이면 부동산으로 넘어가고 오후 2시에는 다른 컨퍼런스 룸으로 옮겨 헤지펀드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4시에 부채 사업에 대한 회의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만큼 헤지펀드와 부실채권, 자산운용, 부동산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월요일 회의는 숨가쁘게 각 영역을 넘나들면서 진행된다.

JP모간체이스의 제임스 리 부회장은 "블랙스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단지 M&A가 아니라 부동산, 헤지펀드, 구조조정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랙스톤 내에서 슈워즈먼은 `대안투자의 대가`로 불린다. 슈워즈먼은 대안투자의 틈새를 찾기 위해 매주 월요일 이 회의실에서 경영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또 한가지는 열정이다. 60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슈워즈먼은 점심도 건너뛰고 릴레이 회의를 주도할 정도로 열의에 가득차 있다. 회의를 빼먹는 일도 없다. 심지어 고향인 프랑스로 휴가를 떠났을 때에는 전화로 회의를 주재했으며 출장을 갔을 때에는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기도 했다.

점심은 언제 먹냐는 질문에 슈워즈먼은 "농담하는 거죠? 점심 먹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답할 정도다.

슈워즈먼은 어떤 업무에 착수하면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주의다. 실패란 있을 수 없다. 고등학교때부터 대학과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슈워즈먼과 40년 이상을 친구로 지낸 라자드 그룹의 제프리 로젠 부회장은 "슈워즈먼은 엄청난 자신감과 열정, 완벽주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며 "단지 성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수를 넘어서기 위한 결단력이 있었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회의때 슈워즈먼은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다. 그러나 상당히 공격적이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스타일이다.

◇사내 전문가 활용..`위기 미리 대처하라`

슈워즈먼은 사모펀드 업계가 언젠가는 겪을 수도 있는 위기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사모펀드 붐이 저금리 기조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한 만큼 금리가 오르면 업계도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슈워즈먼은 과거 블랙스톤이 영화관 투자를 검토중이었을 때 극장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부동산팀의 경고로 투자를 관뒀고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항상 강조한다. 즉, 사내에 포진해 있는 각기 다른 분야에 걸친 전문가들을 서로 활용해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라는 것이다.

"다른 부서에서 누군가 당신을 호출한다면 당신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슈워즈먼이 내건 사훈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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