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총재 "출총제·금산분리 재검토해야"

(상보)"과거 재벌 문어발경영 시대에 유효했던 정책"
"집값, 신도시로는 안잡힌다..강북 대단위 공영개발 필요"
  • 등록 2006-03-15 오전 10:10:28

    수정 2006-03-15 오전 10:19:03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출자총액제도와 금산분리원칙은 과거 양적성장과 부채성장 시대에 유효했던 정책"이라며 "이제는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등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서울 은평구청에서 가진 강연에서 "지금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데 개인은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며 "이는 기업들이 65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들고 있으면서 투자를 안해 기업이익과 가계소득간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을 해소하려면 출총제와 금산분리원칙을 재검토해 기업 투자를 촉진시켜야 한다"며 "이 두 제도는 과거 재벌이 문어발식 정책을 펼 때는 필요했지만 국내 투자를 증대시키고 외국 자본에 대한 국내 자본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등 다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주거지역은 철거하고, 고급주택을 건설하는 이른바 `강북의 강남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주택 수요가 지방은 서울로, 서울은 강남으로 몰려 사실상 온 나라가 강남으로 쏠리고 있다"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적합하지 않는 집은 다 없애고, 3만달러 시대에 맞는 집을 새로 짓는, 두가지 방식의 정책을 동시에 써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을 대체하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법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80년대 건설부 장관을 하면서 5대 신도시를 지었는데 그 효과는 10년을 못갔다"며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년 또는 적어도 2년에 한번씩 일산 같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이는 구멍뚫린 독에 물 붓는 격이다"고 비판했다.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강북의 대단위 공영재개발을 통한 초우량 주택지화 정책 ▲구별 세수 균등화 조치 ▲서울시를 하나로 하는 단일학군추첨제 실시 및 상대평가에 의한 내신중심체제로의 대학입시 전환 ▲수도권과 지방간 조세부담율에 격차를 두는 방식을 통한 산업입지의 지방분산화 등을 꼽았다.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보다는 강북의 초우량 주택지화가 효과적이며, 재산세와 담배·자동차세 등의 시세 및 구세간 교환을 통해 구별 세수를 균등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서울의 주택문제가 교육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중고등학교에 대해서는 단일학군추첨제를 실시해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돌려주고, 내신평가의 실질반영율을 50% 이상 하는 대학에 대해 국가지원을 늘리는 등 내신중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조세부담율 차등화를 통해 산업입지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방법도 덧붙였다.

그는 "특정지역의 집값 상승 때문에 국민 생활이 불안하고 박탈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집값 상승 문제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고 사회문제이자 국가문제로,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에서 낙오해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총재는 "IMF 이후 우리 경제는 엄청난 고통 속에 부채를 줄이는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며 "기업의 부채 축소와 한은의 금리 인하로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율이 IMF 직전 6%에서 현재 1%로 내려왔고 이것이 새로운 엔진으로 작용해 한국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더이상 금리를 내릴 수도 없고 과거와 같은 구조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 한국 경제는 생산성을 길러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으로 국제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 등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부분이 경쟁에서 밀려 위축되고 있고, 이것이 바로 양극화의 근본적인 이유"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부분을 위한 배려는 정책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는 농민에 대한 보상을 들었다. 박 총재는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경쟁력 있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세금 등을 통해 배분하는 방식으로 농민에 대해 보상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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