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는 부동산)집팔기 대작전2

  • 등록 2004-11-03 오전 9:56:48

    수정 2004-11-03 오전 9:56:48

[안명숙] 집팔기 대작전1을 올린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오늘에야 집팔기 대작전2를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물건을 내놓은 중개업소 2곳의 전화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 하다고 판단한 저는 다시 전반적인 전략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지금의 상황이 어떤가에 대한 진단이었습니다. 집값 하락세가 5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로 수요자들은 쉽게 매수를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이 분당은 주택거래신고지역이면서 주택투기지역이라 매수인도 취등록세 부담이 예전에 비해 적어도 3~4배는 높아졌고 파는 사람도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야 하므로 세부담이 역시 3배는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이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양도세 만큼 얹어 거래하기도 한다지만, 요즘 같은 국면에서는 사는 사람의 취등록세 부담을 감안하여 그만큼 더 낮추기 않으면 매수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따져보니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전에 비해 매수자가 더 내는 취등록세가 3000만원 정도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세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싼 금액은 결국 매수자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을 주고 사는 격이므로 결국 그 이상 더 낮춰야 한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두번째는 홍보 마케팅 전략의 재검토였습니다. 상황이 급한 매도자 입장에서 제값을 기대하기란 무리이고 결국 빨리 팔기 위해 물건을 공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공동중개를 할 수 있는 유료 등록 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올렸습니다. 물론 물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기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도 연락이 안오면 단지내 광고를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에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동별 게시판에 직접 광고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단지내에서 평형을 늘려가거나 전세로 살고 있는 세대중에서 새주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단지에 사는 사람만큼 입지나 시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가격과 홍보 전략을 수정하고 매도인을 설득했습니다. 급한 것은 매도자쪽 사정이니 아깝지만 더 싸게 던지지 않으면 팔기 어렵다는 현실도 냉정하게 얘기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 입장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매도자가 빨리 현실을 인정하여 시세보다 500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까지 팔겠다는 수정 제안을 이끌어냈습니다. 전략수정 하루가 지나고… 물건이 공개되면서 여기저기 중개업소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물건 소재지가 아닌 중개업소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결국 실질적인 물건 작업에 들어간 것은 분당의 인근 중개업소에서였습니다. 여러통의 전화중에는 제대로된 중개업소가 아닌듯한 좀 수상한(?) 전화도 있었습니다. 물건에 대해 물어보고 한번 알아보겠다는 무성한 말만 남긴 채 그렇게 시간은 지났습니다. 전략수정 1주일이 지나고… 새로 연결된 중개업소 두 곳을 통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될듯 될듯하다가 계약이 깨지는 경험을 몇 번 거치니 이제는 어떤 말을 해도 계약서에 도장 찍기까지는 아무런 확신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이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난 것입니다. 수도권 주택시장에는 실질적으로 별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같은 것이 미묘하게 시장의 근저에 흐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략수정 2주일이 다가오고... 한 중개업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면서 이 정도면 지금 당장 계약할 사람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렇게 가격을 깎을 바엔 필요한 돈을 한두 달 돌리는 것이 훨씬 이익일 것 같아 ‘NO’을 던졌습니다. 매도인에게도 정상적인 계약을 하려면 시간을 정해놓고 팔기엔 절대 무리라고 일러두고 우선 자금을 마련하여 집 파는 것을 순리에 맞출 수 있도록 조언했습니다. 며칠이 안돼 다른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분이 분당으로 이사오려고 보고 있는데 1000만원만 더 깎아주면 계약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매도인도 급한대로 사업 자금은 마련했지만 어차피 3주택자로 올해 안에 팔아야할 상황인지라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은 했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못내 아쉬워하던 매도인도 상황이 어떤 지를 실감했기에 어렵게 승낙하여 결국 전략수정 보름 만에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시세보다 7000만원 싼 가격으로…. 따져보면 매수인의 입장에서 앞으로도 집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견되는데 1000만~2,000만원 정도 싼 물건을 급매로 보지 않을 것이고 주택거래신고지역이라 취등록세가 3000만원정도 인상된 것까지 감안하면 결국 매수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6000만원 이상은 낮춰야 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격이 합의되자 계약은 신속했습니다. 중개업소에서도 매수자나 매도자가 마음 바뀌기 전에 계약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여 결정후 1시간안에 계약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결국 저의 집팔기 대작전은 꼭 두 달 만에 종결되었습니다. 이번 ‘작전’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점을 여러분께 살짝 귀뜸합니다. 집값 하락기에 집을 팔 때는 우선 옛날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제게 부탁했던 매도자도 작년에는 얼마였다는 식으로 그 환상을 깨지 못해 따지고 보면 한달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습니다. 둘째는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든간 빨리 팔아야 한다면 물건을 내놓을 때부터 싸게 던져야 합니다.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싼 매물은 시중에 널려있기 때문에 매수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습니다. 상황에 맞춰 조금씩 조금씩 낮추게 되면 결국 약세가 지속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금액보다 더 싼 가격에 팔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물건 소재지의 지역동향과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역에 따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는지, 주택거래신고지역인지 등 세금과 관련된 제반 규제 현황을 비롯하여 수요자들의 동향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는 능력있는 중개업소를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자를 설득하여 계약을 성사시키는 곳과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개업소와는 결과가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로 중개업소간 물건이나 매수자 정보도 공유하기 때문에 일일이 여러곳을 다 다니며 물건을 내놓기보다는 능력있는 중개업소 몇 곳에 의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다섯째, 매도자의 상황이 급해지면 ‘무리수’를 둘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쉽게 성사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매매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비용이 큰 법입니다. 따라서 날짜를 정해두고 급하게 팔기 보다는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자금 사정을 융통해두어야 제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여섯째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수록 신종 사기가 판치는 법입니다. 1주일내 팔아주겠다는 식으로 비싸게 광고비를 요구하거나 비싸게 받아줄 테니 공증이나 감정평가서를 받아달라는 식의 요구를 하는 곳은 백발백중 사기입니다. 모르는 중개업소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핸드폰이 아닌 사무실 전화번호를 안내받아 다시 전화해보고 등록번호 및 대표자 이름을 알아두어 지자체에 확인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계약서를 썼다고 거래가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저의 집팔기 대작전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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