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의 스타 인터넷 분석가인 헨리 블로젯의 일부 인터넷 기업에 대한 추천등급 하향 조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리포트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블로젯이 1998년 12월에 아마존의 주가가 주당 40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언했던 인터넷 예찬론자의 대표주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리포트가 관심을 끄는 이유중의 하나는 일부가 지적했듯이 이미 인터넷 주식들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 추천 등급 하향조정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추천등급 하향조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터넷 주식들이 상승한 것은 그의 리포트가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느냐고 주장했다. 저가 매수세가 일어날 만한 시기에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리포트 발표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헨리 블로젯은 7일 오전에 그가 커버하고 있는 29개 종목중 24/7 미디어, 반스앤노블닷컴, 바이닷컴, 더블클릭, e베이, e토이스, i빌리지, 펫츠닷컴, 쿼카 스포츠, 세이프가드 사이언티픽스, 웹밴 등 11개의 추천 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그는 리포트에서 “인터넷 산업이 고속성장(hypergrowth) 단계에서 장기 성장(longterm growth)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며 “이행과정 동안 자본이 고갈될 것이며 인터넷 주식에 대한 선택이 가치평가나 분석과 같은 전통적인 요인들에 따라 이뤄질 것이며 전체 시장은 성장하겠지만 몇몇 기업들을 뒤쳐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의 예언과 같은 인터넷 기업의 재편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그는 또한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물고기 떼처럼 움직
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쪽으로 우루루 몰려가는 물고기 떼처럼 오를 때 함께 오르고 내릴 때 함께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독자 행보를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다시 말해서 아메리카온라인, 야후, 잉크토미 등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지는 현상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의 ‘예언’은 차치하고 뉴욕 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왜 그가 뒤늦게 인터넷 주식들에 대한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느냐는 점이다. 이미 인터넷 주식들은 속된 말로 ‘갈 데까지 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과 비교해 e토이스 84.3%, 24/7 미디어 82.1%, 인터넷 캐피털 그룹 79.5%, 웹밴 72.0% CMGI 71.7% 등 하락해 있는 상태다.
따라서 뒤늦게 투자 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분석가로서는 실익이 없는 일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앞 날을 예언하는 분석가를 좋아한다. 헨리 블로젯이나 매리 미커가 분석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도 어느 누구보다 먼저 인터넷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언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뒷 북을 치는 분석가를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가 매수를 해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나 주가 하락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기업 모두 싫어할 만한 일이다. 주식 상장을 주선했던 투자은행들도 눈을 흘길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식을 팔아치운 투자자만 “잘 팔아치웠군”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노스 베이 테크놀로지 파트너스의 브루스 루파트킨은 “분석가가 만약 하향조정을 했다가 틀리면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향조정을 해서 한 묵음으로 처리될 수 있다면 틀렸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개인적인 리스크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분석가로서 모험이 아니었냐는 분석이다.
그는 왜 지금에서야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올 한 해 동안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더욱 더 부정적이 될 것이라고 리포트를 써왔으나, 그 리포트들에는 개별 종목에 대한 등급이 반영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분명히 경고했었는데 시장에서는 그렇게 해석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또 등급 하향조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목이 상승한데 대해 블로젯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업종의 등락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등급 추천이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C넷과의 인터뷰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주기적인 바닥에 근접했을 수 있으며 좋은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
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일시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그의 리포트는 앞으로 투자할 때에 대한 주의라고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장기적 관점의 투자 포인트를 제시한 셈이 된다. 그는 리포트에서 “투자등급을 재조정한 것
이지 새롭게 목표 가격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투자등급은 단기적인 주가의 방향성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전망과 달리 인터넷 주식들이 폭락한 점에 대해서는 “초기 성장(emerging) 단계에서는 종목 선택에 있어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금은 완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러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그는 이번에 "중립"이라는 추천 등급을 새롭게 첨가했다. 과거처럼 "보유확대", "매수"만으로 선을 긋지 않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립"은 그가 과거와 달리 인터넷 기업을 확신에 찬 상태에서 전망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만큼 시장상황에 대해 전망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