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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핵심기술·방위산업기술 등을 포함한 국가기밀을 적국, 외국 및 외국인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 기망·절취·협박 등 부정한 방법으로 유출 또는 탈취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해, 처벌 대상과 수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법원이 간첩죄 처벌 수위를 ‘우호국’과 ‘비우호국’으로 나누어 적용하자고 주장하면서 법개정 작업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주장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김호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무법인 태하 고문변호사)는 이데일리TV와의 인터뷰에서 “요즘같은 국제 정세 아래서는 ‘적국’과 ‘우방국’을 딱 잘라 구분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우빙국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기준으로 법정형을 달리 적용한다는 건 타당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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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인 미국의 FBI는 1996년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 분석관으로 일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이 미국의 국가기밀을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에게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간첩죄로 체포, 징역 9년의 형을 선고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간첩법이 기존법과 충돌한다는 법원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기존 군사기밀보호법과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에 의해 처벌할 수 있는데 형법의 간첩죄를 신설해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법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이므로 각각의 법률에서 서로 다른 처벌 규정을 둘 수 있다”며 “군사기밀보호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간첩죄 규정 신설에 신중해야 한다거나 이로 인해 법체계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산업기술 유출은 날로 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대부분 반도체(24건)와 디스플레이(20건), 이차전지(7건) 등 첨단·주력 산업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누적 피해 금액은 25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