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원회 김영복 상담과장은 "1~2년 뒤 열명 중 아홉은 신용카드 연체가 돼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 병원비는 전세나 월세 보증금을 빼서 막지만 결국엔 불어난 병원비를 신용카드로 돌려 막다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자식들 학비에, 오른 집값에 이 계층의 사람들은 미래를 대비할 여력이 없다"며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가족 중 한 명만 아파도 금융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40%가 월평균 소득이 208만원 이하다. 이 중 약 절반이 매달 적자 생활을 할 정도로 서민 생활은 한계에 달했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적어도 한순간의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프로그램을 정부가 갖춰 놓았다. 알 수 없는 내일을 대비해 정부의 각종 '신용회복프로그램'을 알아보자.
◆개인워크아웃, "보증인도 빚 독촉 안 당해요"=신용회복위원회가 실시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용회복 프로그램이다. 금융기관에 3개월 이상 대출금을 연체한 사람이 신청할 수 있고, 채무재조정이 가능한 금액도 최대 5억까지로 한도가 큰 편이다. 최저생계비 이상만 수입이 있으면 신청할 수 있어 저소득층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일단 개인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보증을 섰던 사람에게도 채권추심이 중단된다. 다른 신용회복프로그램은 보증인에 대한 채권추심을 계속한다. 때문에 지인들의 보증을 받아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좋다. 또 신용회복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원금 탕감도 최대 절반까지 가능하다.
신용회복위원회의 단점은 제도권 금융기관은 다 가입되어 있지만 대부업체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또 금융기관 간 자율협약이어서 일부 금융기관들이 이를 교묘히 어길 때도 있다.
◆개인회생 "정기적 수입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법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제도권 금융기관뿐 아니라 대부업, 사채, 개인끼리의 빚까지 모두 조정해준다. 채무조정이 되는 규모도 커 10억원 이하의 담보채무, 5억원 이하의 무담보 채무까지 대상이 된다. 다만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이 신청할 수 있고 5년 동안의 짧은 기간에 돈을 갚아야 해, 수입이 일정치 않은 사람은 신청하기 힘든 점이 있다.
빚은 혹독하게 갚아야 한다. 법원이 생활비를 빼고 전액을 빚 갚는 데 쓰도록 명령하기 때문이다. 매달 빚을 갚아나가는 액수는 한 달 수입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1억원의 빚이 있다고 해도 소득이 많은 사람은 1억원의 원금과 이자까지 갚을 수 있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은 5000만원만 갚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청서류와 절차가 복잡해 이를 대행해주는 브로커들이 있을 정도다. 또 대출자는 개인회생이 되더라도 보증인은 계속 빚 독촉에 시달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문의: 법률구조공단 132(국번 없음)
◆신용회복기금 "연체되기 전에 오세요"=신용회복기금은 오는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1000만원 이하의 소액을 빌린 저소득층이 주된 지원대상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 한도가 3000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신용회복기금의 지원방식은 2가지다. 하나는 연체되기 전에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이자가 40% 넘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대출을 받은 고객이 도저히 갚을 길이 없어 찾아가면, 은행권의 연 20% 이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는 연체가 3개월 이상 된 사람의 신용회복 지원이다. 개인워크아웃과 비슷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개인워크아웃은 금융기관들과의 '약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신용회복기금은 신청자의 부실채권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사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 1000만원의 카드 빚을 4개 카드사에 나눠지고 있다면, 기금 측에서는 이들 카드사로부터 신청자의 부실채권을 사들인다. 4곳의 금융기관 빚이 한곳으로 합쳐지기 때문에 빚 상환 방법 등을 결정하는 데도 훨씬 쉬워진다.
다만 이제 시작단계여서 기금 측에 부실채권을 팔겠다고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이 50여 개에 불과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채무자들의 수가 아직은 많지 않다.
문의: 금융소외자종합지원콜센터 1577-9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