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스타 지고 해외모델 뜨고 패션계 ''바통터치''

  • 등록 2007-08-17 오후 12:00:00

    수정 2007-08-17 오후 12:00:00

▲ 세계 패션무대에서 활동하는 톱모델들이 국내 패션브랜드의 모델로 나서는 일이 크게 늘었다. 비용 대비 광고효과에서 국내 연예계 스타들을 크게 웃돈다는 것이 패션가의 평가다. "스타일 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세계 패션계의 우상으로 군림하고 있는 영국 모델 케이트 모스의 GGPX 광고용 화보.
[한국일보 제공] 섹시스타 이효리를 꼬박 4시즌 동안 광고모델로 내세웠던 여성캐릭터캐주얼 GGPX가 2007 가을/겨울 시즌, 브랜드의 얼굴을 전격 교체했다. ‘스타일의 여왕’이라 불리며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는 영국 톱모델 케이트 모스다.

패션계의 울타리를 넘어선 유명인사급 모델을 뜻하는 세계아이콘모델 순위 1위(모델스닷컴 선정 2007년 8월 현재)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의 몸값. GGPX가 밝힌 가격이 한 시즌(6개월)에 2억원이다.

하루 촬영의 대가 치고는 엄청난 액수이지만 웬만한 국내 톱스타들의 몸값이 연간 6,7억을 호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싼 거 아닌가?’ 싶다. 혹은, 국내 스타들의 몸값이 혹시 거품이었나?

GGPX 홍보실 임은영 팀장은 “인기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잡으려 안달하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도 문제이지만, 패션시장에서 소위 ‘스타빨’(스타를 내세워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것)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빅스타 위주였던 패션업계의 광고모델 선정 관행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외국계 직업모델쪽으로 크게 선회중이다. 지방 상권에 주력하는 일부 여성복이나 대리점 유통 위주의 캐주얼업체가 인지도 확보차원에서 연예인을 기용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감도를 추구하는 고급 패션브랜드들은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LG패션이 내놓는 여성브랜드 모그는 영국 귀족출신 모델 스텔라 테넌트에 이어 가을부터 다리아 워보이와 계약했다. 다리아 워보이는 현재 아이콘 모델 순위 11위이다.
 
▲ 고급 여성복 브랜드 모그의 다리아 워보이.
남성복브랜드 마에스트로는 오랫동안 한 솥 밥을 먹었던 박신양 대신 세계남성모델 순위 8위인 앤드류 쿠퍼를 올해 봄여름 시즌부터 쓰고 있다.

기네스 팰트로와 다니엘 헤니를 내세웠던 제일모직 빈폴은 세계 모델순위 5위인 캐롤라인 트렌티니를 기용했다. 이밖에도 란제리브랜드 섹시쿠키, 캐주얼브랜드 숲이 헤더 막스, 트래디셔널 캐주얼 헤지스는 제시카 스탬(모델순위 공동5위) 등 해외 톱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뷰티업계쪽에서도 고소영이 장기집권했던 애경의 모발제품 브랜드 케라스타스가 이번 시즌부터 재미교포 모델인 혜박과 장윤주, 한혜진으로 대표 얼굴을 전격 교체했다.

세계적인 모델들의 국내 패션브랜드 진출은 기본적으로는 인터넷이나 케이블TV, 각종 패션관련 잡지를 통해 외국 유명모델들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 애경 케라시스의 혜박.
그러나 보다 큰 요인은 국내 연예인들의 과도하게 치솟은 몸값, 반면 광고주에 대한 로열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대한 업계의 실망감, 무엇보다 달라진 패션소비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세계적인 패션모델 케이트 모스의 모델료는 한 시즌(6개월)에 2억원이다. 다리아 워보이와 제시카 스탬은 20만달러(약 1억8,600만원)였다. 헤더 막스는 1억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웬만한 A급 연예인들은 시즌당 2억5,000~4억, 연간계약이면 5억~8억에 달한다. 엄청난 액수를 받고 광고모델 계약을 하지만 정작 드라마 등에서 해당 브랜드 옷을 입거나 광고주 회사의 주요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예의’는 기대하기 힘들다.

특급 여성 스타를 6년째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모 업체 관계자는 “직급으로 따지면 과장이 되고도 남을 기간을 함께 했지만 회사 행사에 한번도 얼굴을 내민 적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헤지스 모델로 나선 제시카 스탬.
해외 빅모델 보다 국내 연예인들이 더 대우를 받는 것은 소비자 인지도가 높고, 그만큼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지만 최근엔 이런 믿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겹치기 출연이 많아 ‘스타=브랜드’ 이미지 고착이 어려운데다 정작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는 타 브랜드 제품을 걸치기 때문에 노출효과도 변변치 않다. 탤런트 박상원이 모델로 있는 남성복브랜드 파크랜드를 실제로 구매해서 입기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 ‘최고의 모델’이라는 평을 듣는 것은 그만큼 드문 사례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패션시장이 세분화하면서 유행 선도적인 패션브랜드들의 광고 컨셉트가 바뀐 것이 큰 요인이다. LG패션 홍보실 우경하씨는 “최근 몇 년 사이 패션업계의 광고마케팅 전략이 방송CF를 진행하는 대신 비주얼 중심의 화보촬영으로 옮겨가고 있다. 연예인 보다는 아무래도 패션 이미지 연출력이 뛰어난 해외모델이 더 선호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은경 팀장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엄청 높아졌다. 브랜드나 모델 보다는 제품 디자인과 감도를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더구나 소비자들 자체가 너무 패셔너블해서 연예계 스타를 내세웠다고 따라서 사 입지도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는 빼어난 스타일 감각을 선호하는데 국내 연예인중에는 이효리나 변정수 외에 ‘스타일 아이콘’으로 불릴 만한 스타가 거의 없다 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패션업계에서는 거액을 들여 모델계약을 하느니 인기 드라마 주인공에게 제품을 협찬하는 PPL쪽이 오히려 광고효과를 높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기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가 입고 나오면 옷이 매진되더라는 논리다. 한번 부르면 그만이었던 모델료도 최근엔 어느 정도 ‘내고’가 가능해졌다. 오랫동안 ‘텃밭’이었던 패션업계의 변화를 보는 연예매니지먼트쪽의 위기감을 읽을 수 있다. 패션칼럼니스트 조명숙씨는 “2000년대 초반 호황을 타고 스타마케팅을 하기위해 빅스타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업계가

서서히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이라며 “스타 이름값 보다는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패션업계의 자신감으로 봐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무쪼록 그 자신감의 결과가 해외 모델뿐 아니라 국내 모델에게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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