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에게 앞으로 5년 동안 7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채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발간된 내무부 예산안에 따르면, 연방정부 소유의 국유지에서 생산되는 650억 달러 상당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채굴 수수료가 면제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정부가 포기해야 할 수수료는 앞으로 5년간 7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에너지 업체의 과도한 수익에 대한 특별세 부과 등을 거부하면서 재정적차 축소를 이유로 복지혜택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런 감면 조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이 와중에 기업이 연방 정부를 상대로 유가 상승에 따라 수수료 면제를 제한하는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할 방침이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심해 유전탐사 촉진 목적..면제 대상 석유 생산량 4배 증가 전망
연방 정부는 각 기업이 구체적으로 얼마의 감면 혜택을 받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가스 거의 대부분에 대해서 이런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내무성에 따르면 채굴 수수료가 면제되는 석유 생산량은 2011년까지 1억1200만 배럴로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가스 생산량은 1조2000억 입방 피트로 약 50%가 늘어날 전망이다.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가스 가격은 1000 입방 피트 당 7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정부 가격 전망을 근거로 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약 650억 달러어치의 가스와 석유에 대한 수수료가 면제되며 이에 따라 정부가 포기해야 할 수수료 총액은 70억 달러에 이른다.
채굴 수수료 감면 법안은 원래 대륙붕 바깥의 심해지역에서의 탐사와 시추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으며 멕시코만의 국유 수역의 임대관리를 맡고 있는 내무성에게 심해에서 생산되는 가스와 석유에 대해 12%의 로열티를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고유가로 석유업계 부당이득..가격 제한선 소송으로 번져
현재의 유가수준은 이미 가격 제한선을 넘어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수수료 면제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클린턴 행정부 때 1998~1999년에 임대가 허가된 지역에 대해서는 이런 가격 제한선을 철폐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허가된 지역이 수년 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이제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채굴수수료를 면제 혜택이 크게 늘어날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에너지 회사들은 1996~2000년 사이에 임대가 허가된 심해 지역에 대해 내무성이 가격 제한선을 설정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무성은 41개의 석유 회사가 이런 제한선을 어기고 지난해 5억 달러이상의 수수료를 부당하게 면제 받았다며 이를 제재할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수료 납부를 수용했지만 커 맥기 익스플로레이션 앤 디벨로먼트는 정부를 상대로 가격 제한선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의 불을 당겼다.커 맥기가 이번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멕시코만 수역 전체에서 생산되는 가스 및 석유의 80% 가량이 수수료를 면제 받게 되며 이에 따른 정부의 수수료 손해는 2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조지 밀러 의원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열차 강도 사건의 하나"라고 비난했으며 의회 자원 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리차드 폼보 의원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일 때 로열티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의회가 법안을 제정하면서 가격 제한선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 혜택을 줄이는 데는 열심이면서도 에너지 회사는 따로 싸고 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부시 정권은 이번 논란으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