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28일 치러진 21대 국회 제4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친명(親이재명)계’ 박홍근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에서도 ‘범친명계’를 선언한 홍익표 의원과의 접전이 예상됐으나 1차 선거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민주당은 표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비명(非이재명)계’ 박 전 원내대표의 당선을 두고 당내 통합 요구가 커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단합을 강조하고 당 내홍부터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민주당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내는 통합의 능력이 절실하다”며 “제가 당의 소통 보완제가 되겠다. 우리는 이기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유의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의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갈등이 될만한 현안을 물밑에서 조정해왔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도 박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원내지도부는 비명계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이 대표와의 면담 후 ‘통합적 기구 설치’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
당 지도부로서 그는 처음으로 민주당 도덕성 위기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4주기를 맞아 “높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며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엄격한 잣대로 자기개혁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처럼 그는 온정주의와 결별하고 당을 쇄신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5월 14일 공약대로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요구하자, 이를 “정당한 영장청구일 경우,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정도로 합의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 김남국 의원의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도 박 전 원내대표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박 전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연이어 터진 사건·사고를 수습하느라 분주했지만, 그는 무엇보다 민생에 집중하는 것이 민주당의 과제이며, 향후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광온 원내대표단은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며 야당의 선명성을 뽐내는 것보다, 정책 역량을 강화해 대안 야당의 면모를 부각하는 것에 집중했다.
박 전 원내대표의 민생 드라이브는 대여관계 설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는 여야의 대선 공통 공약 처리에 뜻을 모았다. 지난 7월 극심한 수해가 발생하자 박 전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여야 수해복구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8월 중 주요 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취임 5개월 만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지난 21일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고성과 비난이 난무했다. 박 전 원내대표를 향한 원성의 목소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도전 끝에 압도적 지지로 얻은 원내대표 자리를 지키며 퇴진 요구를 일축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당내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끊어낸 것으로 보인다.
평의원으로 돌아간 그는 지난 26일 제4기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취재진을 만나 “원내대표였을 때나, 그만둔 순간이나, 지금 이 순간이나 민주당이 총선 승리로 가야 한다는 한 마음”이라며 “의원들이 모두 지혜롭게 그 길을 찾아 나설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원내대표도 민주당 모든 의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그 길을 찾는데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