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지지로 당선돼 퇴진 요구까지…박광온 원내대표 146일

지난 4월, 과반 지지로 `비명계` 원내대표 당선
①통합 ②쇄신 ③민생 키워드에 방점
李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퇴진` 요구 직면
"원내대표일 때나 지금이나, 총선 승리 한마음"
  • 등록 2023-09-28 오후 6:27:08

    수정 2023-09-28 오후 6:27:08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원내대표 취임 당시 안팎으로 터진 사건·사고를 수습하고 사분오열된 당을 봉합할 것이란 기대에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나, 결국 당의 계파 갈등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146일 만에 물러났다. 박 전 원내대표 임기 5개월을 ①통합 ②쇄신 ③민생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봤다.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기는 통합의 길로 가야”…`소통`으로 갈등 봉합 시도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28일 치러진 21대 국회 제4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친명(親이재명)계’ 박홍근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에서도 ‘범친명계’를 선언한 홍익표 의원과의 접전이 예상됐으나 1차 선거에서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민주당은 표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비명(非이재명)계’ 박 전 원내대표의 당선을 두고 당내 통합 요구가 커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단합을 강조하고 당 내홍부터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민주당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내는 통합의 능력이 절실하다”며 “제가 당의 소통 보완제가 되겠다. 우리는 이기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유의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의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갈등이 될만한 현안을 물밑에서 조정해왔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도 박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원내지도부는 비명계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이 대표와의 면담 후 ‘통합적 기구 설치’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뒷모습은 이재명 대표.(사진=연합뉴스)
`도덕성 위기`에 자성 목소리…“온정주의 결별”

취임 직후 박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에 직면했다. 그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민형배 의원의 ‘꼼수탈당’ 복당 문제를 두고 ‘쇄신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논의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김남국 당시 민주당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까지 불거졌다.

당 지도부로서 그는 처음으로 민주당 도덕성 위기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4주기를 맞아 “높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며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엄격한 잣대로 자기개혁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처럼 그는 온정주의와 결별하고 당을 쇄신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5월 14일 공약대로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요구하자, 이를 “정당한 영장청구일 경우,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정도로 합의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 김남국 의원의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도 박 전 원내대표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여 공세보단 `민생` 드라이브, 대여관계도 긍정적

박 전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연이어 터진 사건·사고를 수습하느라 분주했지만, 그는 무엇보다 민생에 집중하는 것이 민주당의 과제이며, 향후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광온 원내대표단은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며 야당의 선명성을 뽐내는 것보다, 정책 역량을 강화해 대안 야당의 면모를 부각하는 것에 집중했다.

8월 6일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5대 책임을 다하겠다”며 △안전 △민생 △민주주의 △교육 △미래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정책 의원총회를 2주 간격으로 열도록 정례화했으며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는 ‘민생채움단’을 발족해 원내대표단이 직접 민생 현장을 방문해 점검한 후 정기국회 입법 과제를 마련했다.

박 전 원내대표의 민생 드라이브는 대여관계 설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는 여야의 대선 공통 공약 처리에 뜻을 모았다. 지난 7월 극심한 수해가 발생하자 박 전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여야 수해복구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8월 중 주요 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30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갈등 끊어낸 朴…“총선 승리 한마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취임 5개월 만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지난 21일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고성과 비난이 난무했다. 박 전 원내대표를 향한 원성의 목소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도전 끝에 압도적 지지로 얻은 원내대표 자리를 지키며 퇴진 요구를 일축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당내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끊어낸 것으로 보인다.

평의원으로 돌아간 그는 지난 26일 제4기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취재진을 만나 “원내대표였을 때나, 그만둔 순간이나, 지금 이 순간이나 민주당이 총선 승리로 가야 한다는 한 마음”이라며 “의원들이 모두 지혜롭게 그 길을 찾아 나설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원내대표도 민주당 모든 의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그 길을 찾는데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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