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너무 작고 출퇴근 어려워…외면받는 다자녀 특공

[2021년부터 9차례 사전 청약 다자녀 특공 분석했더니]
27개 지구 중 17개 미달…3자녀 이상 가구 적고 소형 공급 '외면'
미달 지구에서도 '국민 평형' 전용 84㎡·서울 지역은 경쟁률 높아
"수도권 외곽 입지 나쁜 곳 많아…수요자 원하는 입지 공급 늘려야"
  • 등록 2023-09-03 오후 5:17:15

    수정 2023-09-03 오후 7:31:27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그동안 정부에서 공급한 사전청약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녀 특별공급이란 미성년자 자녀가 셋 이상인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로 건설량의 10% 수준에서 공급한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다자녀 가구가 많지 않은데다 9억원 미만 주택만 해당이어서 면적이 적은 주택·수도권 외곽 지역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실수요자가 청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자녀 기준 완화와 함께 수분양자가 원하는 입지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부터 진행한 9차례 사전청약 27개 지구 가운데 17개에서 미달했다.

지난 2021년 8월 진행한 1차에서 3기 신도시 남양주진접2지구는 A1블록과 B1블록이 나왔는데 51㎡·59㎡는 모두 미달했다. 특히 51㎡는 34가구가 나왔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그해 11월 2차로 진행한 의정부우정지구는 59㎡ 94가구가 나왔지만 16가구 지원에 그쳤고 인천건담지구는 74㎡ 41가구 모집에 19가구가 지원하면서 미달했다. 파주 운정3지구 또한 59㎡, 74㎡는 미달이 나왔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청약 광풍이 불던 시기였지만 소형평형이나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은 수분양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진행한 사전청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차 사전청약 지역인 하남교산·양주회천지구, 4차 지역인 남양주 왕숙고양창릉·시흥거모·안산신길2·안산장상, 6차에선 인천영종·평택고덕, 7차 남양주왕숙·고양창릉·평택고덕·화성태안8차·남양주진접2 등에서 미달이 나왔다. 대부분 평형이 작거나 수도권 외곽지에 자리한 곳이었다. 출산율 저하로 3자녀 이상 가구가 적은 데다 5인 이상이면 넓은 거주 공간이 필요한데 다자녀 특별공급이 주로 전용 59㎡ 이하이다 보니 실수요자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는 미달 지구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진행한 7차 사전청약에서 남양주왕숙지구는 전용 84㎡ 모두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B2블록은 29가구 모집에 83가구가 지원했고 S11은 15가구 모집에 57가구가 몰렸다. 고양창릉 지구 또한 S4블록 84㎡ 10가구 모집에 235가구 지원해 경쟁률이 23.5대 1에 달했다. 평택고덕지구 A19블록 84㎡는 26가구 모집에 35가구가 지원했다. 9차까지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유일한 ‘서울’이었던 동작구수방사지구는 59㎡이었지만 25가구 모집에 491가구가 몰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올해 11월부터 공공분양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확대키로 했다. 자녀 수 배점은 총 40점이며 2명은 25점, 3명은 35점, 4명 이상은 40점이다. 기존에는 3명은 30점, 4명은 35점, 5명 이상은 40점이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중대형 평형과 서울과 가까운 곳 중심으로 물량을 확대하지 않으면 이 같은 미달 사태는 반복하겠다고 지적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2자녀·신생아 특별공급도 결국 정해진 공급량에서 비율을 나누는 것이어서 공급을 늘려야 의미가 있다”며 “청약은 결국 입지와 가격인데 사전청약 미달 사례처럼 수도권 외곽지나 가격이 비싼 곳은 다자녀 기준을 완화해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실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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