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프리즘]음주운전 민간처분 숨긴 육군 부사관…軍징계 피한 이유는

벌금형 숨기고 군생활 이어가다 4년 뒤 돌연 징계
감사원 통보 원인…"보고 누락했다"며 정직 3개월
"징계시효 ''3년'' 지났다"며 징계취소 소송전
1·2심 ''징계 정당'' 판단, 대법원서 뒤집혀 파기환송
  • 등록 2022-04-03 오후 1:34:37

    수정 2022-04-03 오후 1:34:37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음주운전으로 민간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부사관이 군 자체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2001년 임관한 육군 부사관 A씨는 2015년 6월 술에 음주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형사입건된 그는 당시 군인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민간법원에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그해 10월 형이 확정됐다.

형사처벌 사실을 숨긴 A씨는 문제없이 군 생활을 이어가다 2019년 12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게 된다. 한 달여 전 감사원으로부터 A씨가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이 부대에 통보된 탓이다. 육군규정상 부사관은 민간 검찰 혹은 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징계권을 가진 직속지휘관에게 즉각 보고해야 한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인정되더라도 이미 징계시효가 지났다며 법원에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육군규정에 대한 징계시효는 3년이다.

1·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고가 이뤄지거나 징계권자가 형사처분 사실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규정에 따른 보고의무가 계속돼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형사처분이 확정된 직후 징계권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그 시점부터를 징계시효로 계산해야 한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징계시효 제도를 둔 취지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가 있더라도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거나 못한 경우 그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면 적법·타당성을 묻지 않고 그 상태를 존중함으로써 군인 직무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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