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의 날 D-1…가석방 결정 이뤄지나

9일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 열려
가석방 결정되면 13일 출소 전망
  • 등록 2021-08-08 오후 3:01:07

    수정 2021-08-08 오후 3:06:25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9일 결정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영어의 몸에서 풀려나면 대규모 투자 결정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기업 지배구조 및 경영 방식을 내놓을 것이라며 가석방, 나아가 사면까지 절실히 원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이라는 가치에서 후퇴하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게 부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석방 결정시 13일 출소 전망


8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기념일 가석방 대상자 심의를 한다. 이 부회장이 심사를 통과하면 이르면 13일 가석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해 이날 심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사면을 요청해왔다. 반도체 패권 전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영어의 몸에서 풀려나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고, 한미정상회담 이후 청와대에 초청된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들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사면을 건의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부족 사태로 자동차 등 선진국의 기간산업이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잇따라 반도체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각국별로 분업화된 글로벌 공급망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M&A가 중단돼 있고,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TSMC, 인텔 등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은 오너 부재로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너의 대규모 투자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도 지난 5월 “삼성 최고경영자에 대한 사면은 한미 양국 최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지난 7월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언급하며 “여기에 도전할 기업은 삼성 밖에 없다. 삼성의 결심이 필요하다.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는 반대…가석방 돼도 경영활동 제한

그러나 최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고 있는 점은 삼성에 부담거리다.

지난 3일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056개 시민단체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허가하면 시민들의 분노와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석방 여부와 삼성의 경쟁력은 연관성이 없는데다 기업범죄에 대한 봐주기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더라도 제대로 된 경영활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석방은 ‘조건부 석방’이기 때문에 경제사범에 적용하는 취업제한이 적용돼 등기 임원 등으로 복귀할 수가 없다. 책임 경영을 하기 어려워지고 여기에 해외 출장 등 현장 경영도 제한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5년 취업제한이 가해지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의 취업허가를 받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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