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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인 A씨는 서울 강북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피해자 B씨 소유의 텀블러를 6회에 걸쳐 망가뜨린 혐의를 받았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지난해 1월 20일 시간 불상 오후부터 다음날 오후 12시 55분 사이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책상 위에 있던 피해자 소유의 텀블러를 화장실로 가져가 텀블러 안에 정액을 넣거나 텀블러에 담긴 물 안에 성기를 넣어 정액을 담았다.
A씨의 범행은 6개월간 6회에 걸쳐 이어졌다. 홍 부장판사는 “그때부터 작년 7월 14일까지 같은 방법으로 6회에 걸쳐 피해자의 텀블러 안에 A씨의 정액을 넣어 재물의 효용을 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범죄 행위가 성범죄의 성격이 다분하지만, 재물손괴 외에 적용할 법 조항이 없어 재판부가 비교적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분석했다.
신진희 성폭력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 중에 어떤 엄마가 식당에 가서 국그릇에 아기 소변을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과 똑같다”며 “행위 자체가 음란하지만, 실제 그 행위의 음란성은 별건으로 판단하고 그로 인해서 이 재물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피해자의 대해서 심리적으로 피해를 줬을 수는 있어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처벌하는 규정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음란행위지만…사람에 ‘강제추행’, 물건은 ‘재물손괴’ 적용
엽기적인 ‘정액 테러’에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20대 남성이 여학생의 신발에 정액을 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지만, 성범죄로 적용할 만한 법 조항이 없어 법원은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신 변호사는 “담당했던 사건 중에서 자신의 정액을 그릇에 담아서 지나가는 여성에게 뿌린 사건이 있는데 이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강제추행이 된다”며 “사람의 몸에 묻히는 것은 강제추행이 되지만 나머지 텀블러, 신발, 그릇 등 물건에 대해서는 혐의 적용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A씨 사례는 같은 직장 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근로기준법 일부 법률에서 별개로 인정되며, 이런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아야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신 변호사는 “재물손괴에 대해서 유죄판결이 선고됐으니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되는데 사실상 물건값 밖에 안 된다”며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면 인과관계를 입증을 해야하고, 관련 소송에 수천만원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