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갇혀 숨진 9살, 어린이날도 응급실…“몸 곳곳에 멍”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9살 아이 결국 사망
계모, 지난해 10월부터 상습적 학대 정황
  • 등록 2020-06-05 오전 9:00:47

    수정 2020-06-05 오전 9:00:47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9세 남자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해 10월부터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감금된 9세 아이 사망 (사진=SBS ‘뉴스8’ 캡처)
숨진 A군은 지난 1일 오후 7시25분께 천안 서북구 한 아파트에서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3일 결국 심정지·다장기부전증으로 사망했다.

계모 B씨(43)는 A군을 가로 50㎝·세로 70㎝ 정도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가 이후 가로 44㎝·세로 60㎝ 크기 가방에 감금했다. B씨는 가방 속 A군을 두고 3시간가량 외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게임기를 고장 낸 것에 대해 거짓말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B씨의 학대 행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상습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해 10월 A군이 학교에서 말썽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체벌을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에는 전문가 소견과 ‘친아버지와 떨어져 있기 싫다’는 A군 의견에 따라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5일 어린이날에도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A군은 머리가 찢어져 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의료진은 A군 팔목 등에 있는 멍 자국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통보했고, 전문 상담사가 지난달 13일 A군의 집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사가 왜 머리를 다쳤냐고 묻자 A군은 “욕실에서 씻다가 비누를 밟아 미끄러져서 일어나다 부딪쳤다”고 말했다.

또 부모님에게 맞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자 “맞은 적은 있는 데 언제인지, 몇 번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관 측 조사에 따르면 A군의 몸 곳곳에는 멍과 상처가 있었고, 허벅지에는 담뱃불로 데인 것 같은 상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경찰은 기관으로부터 이 같은 상담 내용을 넘겨받았고, B씨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B씨는 수사를 받는 중에 A군을 가방에 가둬 숨지게 했다. B씨의 범행은 친아들과 딸이 집에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 1년 반 전에 B씨와 재혼한 A군의 친아버지(44)는 다른 지역에 출장을 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군이 사망하면서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아동학대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B씨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 경찰은 A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과정에서 A군 친아버지의 폭행 가담이나 묵인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혐의로 긴급체포 된 40대 여성이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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