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글로벌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삼성·현대차·LG, 위기의식 강조.. 시나리오별 사업전략 수립
삼성전자(005930)는 올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8조1000억원으로 2년여만에 최대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음에도 임직원들에게는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CEO 3인방인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윤부근 사장은 이달초 내부 게시판을 통해 “올해 삼성전자는 성장과 정체의 분수령”이라며 “향후 5년, 10년 뒤에도 삼성전자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존재하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긴장을 놓지 말고 더욱 도전적으로 하반기를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중국업체에 내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도 매서운 상황이다. 올 상반기 주력인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애플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달 말 해외 법인장 60여명을 국내로 불러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보고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는 브렉시트에 따른 대응은 물론 신차 출시와 현지 맞춤형 마케팅 등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목표(813만대) 달성을 위해 하반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상반기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385만207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줄었다. 내수 판매는 양호했지만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 부진과 현지 통화 약세 여파로 해외 실적이 부진했다.
구 회장은 “최근 브렉시트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마저 감지되고 있다”면서 “변화 속에서는 항상 기회가 수반되는 만큼 사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뿐 아니라 중장기적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해 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LG그룹은 브렉시트로 인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주요 계열사들이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시나리오별 사업전략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대응해간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회장, 사업혁신 주문.. 김승연 회장, 현장경영 사업점검
재계 CEO들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을 뛰어넘기 위해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현장경영을 통해 현재 사업모델을 직접 점검하고 조직문화와 인사제도에도 메스를 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천천히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돌연사할 수 있다”면서 혁신을 주문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5일 태양광 사업 계열사인 한화큐셀 충북 진천 셀 공장을 전격 방문하며 현장 챙기기에 나섰다. 김 회장의 현장 방문은 1년 7개월만의 일이다.
김 회장은 “지난 5년간 남다른 사명감으로 태양광 사업에 매진해 왔다”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고민하고 육성해야할 사업이라 여겼고 장차 대한민국을 대표할 또 하나의 미래산업으로 키워보자는 큰 비전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태양광 사업의 지속 성장기반 구축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각국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현지 업계·정부와 대화채널을 강화해 통상 대응력 강화를 주문했다.
권오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레터에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선진국들까지 보호무역 쪽으로 기울고 있다”면서 “철강 공급과잉과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자유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포스코는 하반기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브렉시트로 인한 시장 잠재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차별화된 고급제품으로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브렉시트의 여운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논란은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면서 주력사업의 혁신과 역량 강화를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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