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종합병원 6곳 17억대 리베이트, 쌍벌제이후 첫 적발

  • 등록 2012-07-15 오후 8:51:28

    수정 2012-07-15 오후 8:51:28

치료재료 건보에 과다청구…창고임대료-정보이용료 명목 돈건네

【서울=뉴시스】 쌍벌제 시행이후 의료기기 유통과 관련된 리베이트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부장검사)’은 리베이트 수수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 결과 의료기기 구매대행체 2곳과 대형 종합병원 9곳을 적발, 업체 대표와 병원 부원장 등 15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병원측은 의료기기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납품받은 치료재료(의료기기)의 실거래가를 보험상한가로 맞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구매대행 업체가 이익을 얻게 했다. 업체는 병원에 차액의 일부를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돌려주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런 수법으로 대기업 계열인 C업체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개 종합병원에 모두 17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또 다른 E업체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개 종합병원에 2억47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의료기기 구매대행업체와 병원은 ‘실거래가 상환제’의 허점을 악용했다. 실거래가 상환제는 병원이 약제나 치료재료를 구입한 실거래가로 보험급여를 청구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부가 고시한 품목별 보험상한가 내에서 실거래가로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공단 측이 보험상한가 내에서 청구된 금액에 대해선 엄격하게 실거래가를 따져보지 않고 대부분 청구액만큼 지급하자 병원 측은 모든 치료재료에 대해 보험상한가로 급여를 청구해왔다.

이를 통해 얻게 된 이익은 의료기기 구매대행업체와 병원측이 사전에 약정한 비율로 분배했으며, 주로 이익의 40%만 업체가 갖고 나머지 60%는 병원 측에 돌려줬다.

업체 측이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세운 것은 정보이용료와 창고임차료였다. 정보이용료는 병원이 요구한 구매품목의 발주정보와 가격정보 등 당연히 제공해야할 구매조건임에도 마치 합법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것처럼 속였다.

이를 통해 C업체로부터 한림대성심병원(3억7000만원), 영남의료원(1억원), 강북삼성병원(2억2000만원), 제일병원(8400만원), 경희의료원(5억6000만원), 삼성창원병원(3억5000만원)이 리베이트를 건네받았다.

동일한 방식으로 E업체로부터 건국대병원(1억원), 경희대강동병원(1억원), 동국대병원(4700만원)이 리베이트를 제공받았다.

다만 창고임차료의 경우 업체측이 실제로 병원건물의 공간을 빌려 치료재료를 관리·보관하는 점 등을 감안해 창고임차료 명목으로 건넨 리베이트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C업체의 이모(60) 대표이사와 E업체의 진모(41) 영업본부장, 이모(62) 한림대성심병원 행정부원장, 신모(59) 강북삼성병원 행정부원장 등 15명을 의료기기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의료기기 유통시장에 구매대행업체가 등장한 2000년경부터 구매대행업체는 고시된 보험상한가로 사실상 상환이 이뤄지는 현행 제도를 악용해 종합병원에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구매이익의 일정부분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6조원에 이르는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서도 약품 유통시장과 같이 리베이트 수수행위가 존재함을 확인한 최초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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