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아서)⑦투자없이 성장없다

불황을 기회로, 미래 대비 선제적투자 ''박차''
철강·자동차·통신·정유·유통 등 내년 공격적 투자
사상최대 설비투자에서 내실 다지기까지
  • 등록 2008-12-26 오전 10:44:30

    수정 2008-12-26 오전 10:44:30

[이데일리 정재웅 정태선 양효석 유용무기자] '가동중단, 감산, 감축, 공포, 추락, 비상경영···'
한국 경제 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말들이다. 그만큼 경제흐름이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산업 현장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여만에 찾아온 위기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모두들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기를 직시하되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우리는 달러가 없어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나라를 수년만에 세계 5대 외환보유국으로 바꾼 저력을 발휘했다. 세계개발은행은 이를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적은 또 있다. 전쟁 폐허를 겪은 세계 최빈국을 수십년만에 메모리반도체· LCD· 디지털TV· 조선 세계1위, 조강(철강)생산 세계5위, 자동차생산 세계6위의 10대 세계경제대국으로 탈바꿈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희망이 없으면 노력도 없다고 했다. 희망만 가지면 그곳에서 행복의 싹이 움튼다고도 했다. 위기가 불러오는 불안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경험이 축적돼있고, 10년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산업경쟁력과 기술력, 우수한 인재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제 그 자산을 써 볼 '기회'가 왔다. 위기는 곧 기회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땀 흘린다면 위기극복이라는 알찬 열매가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편집자)


"내년 우리 경제 상황은 IMF외환위기때 보다도 더 심각하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내년도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각 경제연구소 뿐만 아니라 정부조차도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해 잿빛 전망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의 한파를 최일선에서 맞아야 하는 CEO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가혹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상당수 기업들은 공격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래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불황기에 투자를 확대해 다가올 호황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철강업계 "불황이라도 갈 길은 간다..대규모 투자"

"전 세계 철강사들이 감산에 나설 정도로 경영 여건이 어렵지만 포스코는 투자를 대폭 늘려 장기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성장 기반 구축에도 기여하겠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최근 이같이 밝혔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국내외 철강회사들이 잇따라 감산과 비용절감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확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포스코가 내년에 투자할 금액은 6조원.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투자금액이 3조4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금액이다. 현재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내년 비용을 전사적으로 올해 대비 20~30%가량 줄이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포스코는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투자는 확대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는 국가 기간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은 물론, 산업적 책임도 있다"며 "포스코가 요즘처럼 불황일 때 내부는 단속하고 대외 투자에 앞서가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회사 경영진들에게는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내년에 ▲포항제철소 조강능력 확대 ▲광양 후판공장 신설 ▲광양 자동차강판 기술개발 ▲광양 코크스공장 생산능력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내년도 투자금액을 2조원 이상으로 책정해두고 있다. 현재 충남 당진에 건설중인 일관제철소 건설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내년에만 2조500억원 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포항 공장과 인천 공장의 생산능력 향상사업까지 포함하면 내년 전체 투자금액은 최대 2조2000억원대로 늘어난다. 
 
현재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의 종합공정률은 47% 수준으로 계획대비 106% 정도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상징물인 제1고로가 66% 수준의 공정률을 보이며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제철은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와 더불어 현재 진행중인 일관제철소 건설현장 등을 통해 막대한 고용창출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 들어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일일 건설인력은 8600명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1만명이 넘는 건설인력이 공사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 현대제철이 철강업체로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돔형 원료처리시설은 제철원료의 비산먼지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친환경제철소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부지조성공사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고로 2기 건설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011년 3월까지 약 700만명의 건설인력을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향후 3년간 월 평균 15만여명, 일일 평균 62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되는 셈이다.

본격적인 건축공사가 진행된 올해 약 260만명의 인력이 투입됐으며 각종 설비의 설치공사가 활발한 이루어질 2009년에는 320만명에 가까운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일일 투입인원으로 평균 1만600여명의 건설인력들이 현장에서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이밖에도 동국제강은 내년 11월 준공예정인 당진 후판공장에 5000억원 투자가 확정된 상태다. 또 브라질에 건설을 추진중인 일관제철소 사업이 확정될 경우 향후 3~4년간 총 1조2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최대 9000억원이 투자된다.

◇車업계 "친환경·하이브리드·소형차 개발에 전력"

최근 감산과 휴업 등으로 경기침체의 몸살을 제대로 앓고 있는 자동차업계도 미래에 대한 선제적 투자의지 만큼은 확고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지금 어렵다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면 미래성장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 현대차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친환경 콘셉트카 'i-mode'.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차량개발을 통해 미래시장을 선도하고 고연비, 고품질 및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경쟁력 있는 소형차 개발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우선 내년 하반기 현대차의 준중형급 LPG 모델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차량을 시작으로 기아차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2010년에는 쏘나타와 로체 등 중형차종 가솔린과 LPG 하이브리드 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기술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본부내 전기·전자 및 환경 부문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관련 부문의 인력도 확충하고 있다. 

◇통신 "IPTV로 실물경기 침체 돌파..투자 확대" 

통신업계도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어려움에도 불구, 내년 1월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인터넷TV(IPTV)를 성장 모멘텀으로 보고 집중적인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KT는 IPTV 사업시작을 준비한 올해 투자액 보다 두 배 규모인 3600억원을 내년에 집행할 계획이다.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전송망 투자에 1200억원을 집행하고, IPTV 성공여부를 판가름 할 콘텐츠 확보에 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방송시스템 확보에 200억원, 단말 확보에 1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도 IPTV 활성화를 위해 내년 3811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LG데이콤은 내년 IPTV에 1869억원을 쏟기로 했다. LG데이콤은 서비스 범위 확대를 위해 1362억원을, 콘텐츠 확보를 위해선 37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방송시스템과 가입자 단말장치 개발 등에서 132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 '고도화 설비'에 집중 투자..미래에 대비한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는 오는 2010년 전후로 조단위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정유화학업계의 경기변동 사이클을 감안하면 지금의 고통을 감내해야 호황기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투자가 집중된 분야는 고도화설비 증설이다. '땅위의 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설비는 싼값의 벙커C유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전환해 주는 설비다.

SK에너지는 오는 2011년 6월까지 1조5000억원을 들여 인천공장에 하루 4만배럴 생산 규모의 고도화시설을 추가 증설키로 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SK에너지 고도화 비율은 기존 14.5%에서 17.6%로 늘어나며 하루 생산량도 20만배럴 이상으로 확대된다.

GS칼텍스는 201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제3중질유분해 탈황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는 GS칼텍스가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는 것으로 제3 중질유분해 탈황시설은 하루 11만3000 배럴 규모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오는 2011년 7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대산석유화학단지 100만㎡에 2조1000억원을 들여 고도화설비를 증설한다.

◇유통업계 "계획된 투자 착실히..내실 다진다"

경기 한파의 직격탄을 체감하고 있는 유통업체들도 내년 투자 목표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소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내년 올해 투자규모와 비슷한 1조원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10% 가량 늘린 1조원 안팎으로 잡았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경기침체가 예상되지만, 당초 예정돼 있는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다.

식품업계 대표주자인 CJ제일제당 또한 올해와 비슷한 2500억원 수준에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장·연구소 건립·연구개발(R&D) 등에 전력을 쏟는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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