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제명 공식발표..막내린 '2인자의 삶'

  • 등록 2013-12-09 오전 9:53:07

    수정 2013-12-09 오전 10:03:2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북한은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제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통해 전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이 모든 직무에서 해임되고 당으로부터 출당·제명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0년대 초부터 장성택이 걸어온 ‘2인자의 삶’은 40여 년 만에 막을 내렸다. 처조카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지 약 2년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 일당은 당의 통일 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범죄행위를 저질렀다”라고 제명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장성택 일당이) 당의 방침을 공공연히 뒤집어엎던 나머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약화시킴으로써 제도보위, 정책보위, 인민보위 사업에 엄중한 해독적 후과를 끼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성택 일당은 교묘한 방법으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주요한 몫을 담당한 부문과 단위들을 걷어쥐고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지하자원을 싼값에 팔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장성택이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 해외도박장 출입 및 외화 사용, 마약 중독 등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빠져 부정부패 행위를 일삼았다고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장성택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 4~5월 개성공단 폐쇄 과정에서 군부의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 충돌했을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을 뒷받침해준다. 특히 ‘장성택 일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주변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및 제거 작업이 진행된다는 점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성택의 실각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최대 숙청 사건이다. 체제 초기 군부 실세로 통했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을 해임했지만, 당시에는 ‘신병관계’를 이유로 밝히고 구체적인 배경을 전하지 않았다. 이번에 장성택의 해임을 발표하면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부터 여자 문제까지 구체적 이유를 언급한 것과 비교된다.

장성택의 실각으로 북한에서는 김정은 유일 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화되고 장성택과 함께 양대 축이었던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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