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SRE 설문참여자 111명은 신용 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건설부동산서비스업(68%)과 해운업(53%), 조선업(27%), 캐피탈업(23%) 등을 꼽았다. 철강업(13%)과 증권업(9%)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6개월 전 15회 SRE에서 캐피탈업은 13%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이번에 23%를 얻어, 비교적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의 부실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캐피탈 산업에 대한 우려도 커진 모습이다. 증권업은 6개월 전 단 한표도 받지 않고 가장 양호한 산업 중 하나로 분류됐지만 이번에는 10표를 받으며 위험산업으로 새롭게 부상했다.
건설, 해운, 조선업종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특히 건설부동산서비스업은 6개월 전 55%의 득표율에서 이번에 68%로 크게 늘면서, 해운업을 제치고 위험 산업 1위로 등극했다. 해운업은 58%에서 53%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조선산업은 25%에서 27%로 조금 늘었다.
이번 SRE 설문결과 가장 눈에 띈 업종은 캐피탈과 증권이다. 6개월 전 15회 SRE에서 14표를 얻어 13%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캐피탈업은 이번에 23%(26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SRE자문위원은 “사실 캐피탈 기업들의 실적은 좋은 상황이고, 현재 자산건전성도 양호하다”며 “시장에선 가계부채 이슈로 캐피탈사의 신용 위험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857조원이며, 판매 신용까지 포함하면 912조원에 달한다. 기관별로는 2006년을 기점으로 예금은행의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캐피탈 등 비예금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어 2011년 말 예금은행과 비예금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각각 53%, 47%이다.
이번에 위험산업으로 새롭게 부상한 증권산업은 증시 침체 및 산업내 경쟁 심화로 인한 실적 악화와 최근 유진투자증권의 등급전망 강등 등의 이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의 2012사업연도 1분기(4~6월) 실적이 작년 대비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성증권 등 22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3% 줄어든 1350억원, 순이익은 78.8% 급감한 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자기매매손실 등이 수익 악화에 주된 배경이다. 또 유럽재정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거래대금이 줄고 이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감소한 것도 수익 악화의 이유가 됐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자본 잠식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 62곳 중 16.1%인 10곳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리아RB의 자본잠식률은 58.8%로 증권사 중 가장 높았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최근 유진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 후순위채 등급을 A-로 유지하고, 기존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1~2년 내에 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유진투자증권은 2010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건설사 채권 부실로 인해 상품운용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적자행진이다. 올해 1분기에는 7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 규모가 더욱 불어났다. 투자에 나섰던 벽산건설과 남광토건은 나란히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손상각비 434억원, 손상차손 208억원 등 재무제표에 부담만 줬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도 276%로 크게 낮아졌다.
단골손님 건설·해운·조선
선영귀 한기평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문제와 PF 우발채무의 현실화 문제가 건설업체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며 “주택사업과 관련한 PF 우발채무의 현실화로 대다수 건설업체의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되고 있으며, 몇몇 업체는 PF 우발채무의 연장에 실패하면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의 비우호적인 환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공공부문 발주가 감소하면서 수주경쟁은 심화되고 있고, 원가율은 상승세다. 여기에 주택경기 침체로 민간 건축의 수익성은 저하되고 있고, 분양이 부진한 사업장의 선투입자금 회수지연에 따른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해운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여전했다. 111명 중 59명이 해운업을 위험 산업으로 지목했다. 선박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과 신조선 투자에 따른 재무적 부담 확대 등이 산업 위험성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구본욱 NICE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의 높은 신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며 “운임회복이 지연되거나 뚜렷한 수준의 유가하락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선사들의 재무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운업 불황은 조선업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규수주는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칠 쳤고, 수주잔고도 30%가까이 감소했다. 2009년~2010년 수주한 저선가 물량의 건조시기가 도래하면서 영업실적도 저하되고 있다.
김봉균 한기평 애널리스트는 “전방산업인 해운 시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선박금융시장의 경색도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조선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