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3시쯤 서울 용산의 전자랜드 TV매장. ‘3D TV’라 쓰여진 빨간 티셔츠를 입은 매장 직원들이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마다 서서 제품 홍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마침 매장에 들른 한 40대 부부가 "인터넷에 올라온 가격보다 비싼 것 같은데….”라며 고개를 갸웃하자 직원 하나가 “월드컵이 코 앞인데 하루만에 즉시 배송되는 걸 쓰셔야죠”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매장 한켠에 설치된 ‘3DTV 체험존’에는 특수안경을 쓴 채 소파에 앉아 2002년 한일월드컵 영상을 보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 모습도 보였다.
전자랜드내 국보유통 박대운 부장은 “어림잡아 5월에 TV 100대 정도 팔았다”면서 “이는 전년동기 대비 50% , 4월과 비교해서는 30%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3층TV 매장도 평일 오후임에도 제품을 보러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남아공 월드컵 개막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TV제조업체들이 월드컵 효과를 짭짤히 누리고 있다.
특히 “스포츠 경기는 큰 화면으로 봐야한다”는 인식때문에 화면 크기가 큰 LED(발광다이오드)TV 등 고급형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내 삼성대리점의 경우 지난달 TV 총 판매량은 80여대였고, 이 가운데 3DTV는 30대가 팔려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이 대리점 사원 김남명씨는 “주로 3D LED TV 8000시리즈가 많이 팔렸는데 아직까지 9000시리즈는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이 부담느끼는 분위기”라며 “주로 40~60대 고객들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3D LED TV가 월드컵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달 매주 30% 이상 지속적인 판매율을 기록한 데 이어 6월 들어서는 5월말 대비 45% 이상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066570)도 고급형 제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인해 지난 5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체 TV(일반HD·3D 등) 10만대 가운데 20%가 가격 20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LED TV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0% 수준에서 2배 가량 늘어난 수치.
LG전자 관계자는 "고객들이 큰 화면을 선호하지만 아직까지 3D TV는 비싸기 때문에 50·60인치 PDP TV를 대신 구입하는 경향이 늘었다"며 "지난 5월 한달동안 3만대 가량 팔렸는데 작년 같은 기간 2만3000대에 비하면 30%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판매 호조세에 맞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월드컵 마케팅도 뜨겁다.
삼성전자는 고객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55·46인치 3D LED TV를 주문한 고객에게 24시간안에 배송해주는 '24시간 바로 배송' 체제를 가동중이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이 배송서비스를 오는 7월12일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LG전자도 11일부터 이달말까지 전국 1000여개 매장에서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명장면을 담은 나이키 광고 캠페인을 3D로 상영해 3D TV 판매에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통상적으로 TV 판매량이 늘어났다"면서 "특히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데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선전이 기대되면서 불경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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