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디벨로퍼의 부가가치

  • 등록 2008-05-14 오전 9:40:55

    수정 2008-05-14 오전 9:40:55

[이데일리 남창균기자] 애경그룹이 군인공제회 모건스탠리 등과 함께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디벨로퍼)를 차린다. 정부의 부동산 등록업자 기준이 자본금 5억원인 점에 비춰보면 규모를 알 수 있다. 

그동안 디벨로퍼는 '한탕 치고 빠지는 땅 투기꾼' 정도로 치부돼 왔다. 땅 작업만을 통해 일거에 수백억원을 챙기는 브로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형 디벨로퍼의 등장은 업계 이미지를 바꾸고 한 차원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디벨로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금융과 건설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도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모리 다이키치로(森泰吉郞) 등이 대표적이다.

디벨로퍼 한 사람이 도시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도쿄의 롯폰기 힐즈다. 롯폰기 힐즈(대지 3만3000여평)는 주택 사무실 호텔 방송국 쇼핑몰 미술관 등으로 구성된 주상복합문화공간이다.

롯폰기 힐즈는 마스터 플래너인 디벨로퍼(모리 다이키치로)의 열정이 빚어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건물은 계획에서 완공까지 무려 17년(1986-2003년)이나 걸렸는데 이 가운데 14년은 디벨로퍼가 땅주인과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모리 회장은 땅 팔기를 거부하는 지주에게 수백 번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설득했다고 한다)

금융자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의 실정에서는 비현실적인 얘기다. 하지만 그만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롯폰기 힐즈 못지 않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 규모만 보면 롯폰기 힐즈를 능가하는 건물도 많다. 하지만 이들 건물이 도시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싼 분양가로 인해 '부자들만의 닫힌 공간'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디벨로퍼가 땅 브로커 수준을 벗어나려면 도시와 사람을 생각하는 개발 컨셉트로 건물을 짓고, 건물이 도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개발사업의 목적을 "땅에서 노다지를 캐겠다"는 것에서 "도시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바꿀 때 디벨로퍼의 부가가치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디벨로퍼?
분양가자율화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부동산 개발업자는 한때 수천여곳에 달했다. 업계는 지난 2005년 1월 한국디벨로퍼협회를 설립해 자정노력을 기울였으며, 작년 11월18일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제도권 속으로 들어왔다. 현재 등록된 디벨로퍼는 535곳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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